친구가 해준 된장찌개와 깻잎 김치를 곁들인 깻잎 밥을 먹었다. 우리 부부는 깻잎 향에 빠져 말이 많아졌다.
“프랑스 유명한 주방장이 한국에 와서 깻잎 향에 반했다는군.”
남편의 기분이 좋은 틈을 놓칠세라 나는
“내일 또 깻잎 밥과 깻잎부침개 해도 돼? 싱싱할 때 다 먹어 치워야지.”
친구는 빨간 고추, 방울토마토와 호박도 줬다. 깜박 잊고 호박잎과 배를 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카톡이 왔다.
정확히 31일 년 전이다. 내가 작은 아이를 낳고 바로였다. 우리는 플러싱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만나는 순간 왠지 모르게 끌려 친구가 되었다. 교인 모두가 집사였는데 우리 둘만 집사가 아니라서 ‘안 집사’라고 불려서였을까?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면서 단 한 번도 다툼이라던가 섭섭함이 없었다. 아마도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배려 때문이다. 친구는 작은 거인이다. 키는 작지만, 마음 씀씀이는 그야말로 그녀 집 가까이에 있는 대서양을 닮았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그녀의 집 뒤뜰에 나가서 깻잎 따려면 모기에 물리지 않게 무장을 해야 한다. 내가 모기에 물릴 것이 걱정되어 아예 뒤뜰 나가는 방에다 깻잎 줄기를 통째 잘라다 쌓아 놓았다. 나는 방석에 앉아 조용히 깻잎을 따며 생각에 빠졌다. 그녀는 항상 내가 힘들지 않게 배려한다. 그러면 나는 어떤 배려를 그녀에게 했던가? 기억이 없다. 그녀에게 받은 기억만 있다.
우리는 각자 두 아이를 키우며 잘살아 보려고 산전수전 공중전을 하면서 이따금 만남을 이어왔다. 이제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고 함께 늙어가는 처지라서 예전보다 더 자주 만난다. 나는 수다를 떨고 친구는 내 수다를 마냥 들어준다. 다음 만남에는 수다를 꾹 참고 나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할 텐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이 엿 같은 코로나 역질 때문에 2년 가까이 입을 열 때가 없어서일까? 라고 변명하려다가 솔직히 나는 타고난 수다쟁이라고 인정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성당 앞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문이 열려있으면 항상 들어가 기도하며 쉬었다 나온다. 그녀와 헤어지기 전, 그녀가 다니는 교회에 들렀다. 작고 아담한 하얀 교회다. 순수하고 아늑한 교회 분위기에 긴장이 풀리고 마음은 포근했다. 우리는 각자 조용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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