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식구들은 가자미를 무척 좋아한다. 시어머니는 가자미를 박스째 사다가 손질해서 가자미식해를 담그고 그물망에
말려서 구워 먹고 조려 드신다. 가득이나
말이 없는 시집 식구들이 가자미를 먹을 때는 더욱더 조용하다. “생선은 맛이 살짝 가려고 할 때가 가장 맛있다.”고 시어머니의
말씀이 조용한 분위기를 깬다.
동서 부부가 보름 예정으로 LA에서 왔다. 왠만해서 누가 온다고
하면 받아주기를 꺼린다. 남편은 무조건 NO다. 하지만 동서 부부만은 예외다. 사흘이 지나도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동서는 나보다 다섯 살 아래 1.5세다. 시동생은 집안에서 가장
상냥하고 손재주가 많다. 고칠 것이 있나 없나 집안을 둘러보고 홈디포를 들락거리며 고쳐준다.
고치다 모르는 것은 동서와 함께 유튜브를 들여다보면서 실링 펜도 달아주고 전기, 가전제품 그리고 물 새는 수도꼭지도 손봐준다. 중간중간 내가 힘들까 봐 워싱턴도 나이아가라도
다녀왔다.
영어를 잘하니 알아서들 잘 쏘다니다 저녁 찬거리를
사 와서 저녁도 차린다. 아침에 산책하고 돌아오면 커피도
끓여 놓고 우리는 각자 알아서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설거지도 동서 부부가 한다. 샤워하고는 화장실도 깨끗이 치운다. 전혀 나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동서는 직장다니며 LA에 사는 시집의 경조사를 다 한다. 지금까지 형님인 나에게 거들지 않냐고 한 번도 불평 불만한
적이 없다. 그저 자기 일만 묵묵히 한다. 동서는 항상 상대편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한다. 타고나길 착하게 태어났고 개성이 고향인 친정엄마 교육을 잘 받은 듯하다.
음식 솜씨도 끝내준다. 남편은 옆에서 대한민국에서 개성 여자가 최고라며 띄운다.
무엇보다도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부부 사이가 무척 좋다. 사이 나쁜 커풀들과 함께
있으면 세시간만 지나면 냄새가 솔솔 올라온다. 나 스스로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하는 나는 일단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 그리고 상대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주고 공치사하지 않는 착한 사람에게는 나도 모르게 착해진다. 그러나 상대가 뭘 원하는지는 배려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어서 잘해주고
본인이 착한 사람인 듯 유난 떠는 사람은 무시한다.
친정은 서울에 있어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나는 화가 남편 모시고 힘들게 살았다고 시댁은 신경 쓰지 않는다.
잘해주고 공치사하는, 본인이 착하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상대하지 않는다.
우리 동서처럼 자기 일만 묵묵히 하고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잘하면 된다. 사흘만 지나면 냄새 풍기는 사람은 ‘우리 와이프 건드리지 마.’라며 남편이 알아서 다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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