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여행 할 수 있을 기회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있을까? 아이들이 결혼하면 그들 와이프에게
미련 없이 자리를 내주고 그들의 삶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나 남편과 둘이 다닐 때 보다 비용이 엄청
많이 든다. 비용은 전부 우리가 부담한다.
일단 나는 여행지에서 호텔 위치에 중점을 둔다. 걸어서 구경하다 피곤하면 호텔로 돌아와 쉬다 다시 나가 걸을 수 있고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곳을 선호한다. 그리고 청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밥맛이 떨어지고 신경 쓰여서 지친다. 쇼핑은 전혀 하지 않지만, 나 때문에 호텔 비용이 많이 나간다.
남편은 후지고 깨끗한 것은 눈에 들어 오지 않고 오직
좋은 식당에서 먹기를 원한다. 고기를 먹지 못하기 때문에
해산물 위주로 주문한다. 식사 중에 서너 잔의 맥주를 마시거나 와인 한 병을 주문한다. 나는 배가 약간 고파야 속이 편하고 몸이 가벼워서 먹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데 아이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꼭 에피타이저와
메인디쉬를 주문하고 점심에는 주스 저녁에는 알코올 한잔 정도를 시킨다. 호텔로 오는 길에는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골고루 맛보고 싶다며 우리 것까지 에피타이저를 서너
개를 시키기도 한다. 주류 외에 우리 부부가 대부분 건너뛰는 것들에 비용이 많이 나간다.
아이와 남편은 걷다가 피곤하면 우버를 타고 기차도
일등석만 타려고 한다. 그러지 말라고 말도 못 하고
속으로 부글거리면서 점잖게 참는 내 속을 그 누가 알랴! 새로운 곳을 갈 때마다 도시 내에 고색창연한 옛
공동묘지를 방문할 때면 죽으면 이렇게 땅으로 돌아가는데 가져갈 것도 아니고 그래 ‘쓰자. 써.’ 하며 다짐하고 마음을 푼다. 여행지에서 돈 때문에
아이와 남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자고 마음먹었다가도 다시 깜박 갔다가 돌아오고를 반복한다. 나는 가끔은 공동묘지에 들어갔다가 나와야 정신이 번쩍 들어 제자리를 찾는 체질로 굳어졌나 보다.
그동안 아끼며 살다 보니 쓰는 것에 습관이 되지 않아서라며
남편은 써 버릇해야 한다며 옆에서 부추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행히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문화적, 예술적인 면은 아주 잘 통해서 서로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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