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수다도 떨 수 없다. 하나님은 나에게 벌을 내렸나 보다. 입 좀 다물라고. 어쩌다 걸려오는 전화에 대고 조금만 떠들어도 목이 쉬고 목젖이 쓰라리다가
기침을 시작하며 가래 끓는 소리에 심하면 감기로 간다.
소금물로 하루에도 수도 없이 가글 한다. 빨리 회복하려고 레몬을 짜서 티에 넣어 수시로 마신다.
목이 나을 즈음엔 레몬을 과다 섭취해 위가 뒤집어져
먹는 것마다 토하고 혀가 하애진다. 목을 낫게 하는 데 열중하다가 속 뒤집어지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왼쪽 머리가 뽀개지게 아프다. 토하고 설사한다.
아파 죽겠다가 아니라 차라리 빨리 죽기라도 바라는 심정이다.
작은아이 얼굴이 떠오르면 살아야지 큰아이 생각하면
일어나야지. 를 반복하며 발버둥치다 보면 한해가 스물스물 지나간다.
줌바를 너무 춰서 피곤한 몸에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전화통화를 격하게 하는 바람에 목이 칼칼해졌다. 친구가 아는 사람에게
돈을 꿔줬는데 받기가 어렵겠다는 말에 내 돈을 잃은 듯 흥분해서 언성을 높이고 오지랖을 떨다 이 지경이 됐다. 입을 다물자. 그렇지 않았다가는 허구한 날 오지랍과 아픔의 반복이다.
어릴 적부터 편도선으로 골골했다. 그리고 혓바늘이 수시로 돋아 먹지 못해서 엄마가 애태웠다.
엄마는 그런 나를 형제가 많은 친구 집에 놀러 보냈다. 언제 앓았냐는 듯이
밥맛이 돌아오고 생글생글 웃으며 기운이 났다.
나이 들어서는 11월에 스팀이 나오기 시작하면 목이 쓰라리다 감기로 이어지고 속이 뒤집히다
심하면 이석증까지 겹치니. 오래전에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간절하다.
천정을 보고 누워 남편에게 별 볼 일 없는 일로 왜
그리 잔소리를 했던고. 양말 좀 아무 데나 집어던져
놓으면 어떻고 마이크로 오븐을 제대로 쓰지 못한들 뭐가 그리 큰 문제라고. 속에 좋다는 양배추 죽을 쑤느라
부엌에서 달그락 꺼리는 남편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뿐인데.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친구들의 연말모임에 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남편은 “가긴 어딜 가.
누워있어.” “갈래. 가서 친구들과 놀다 보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입은 다물고 있을게.”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기운이 난다. 기침도 나지 않고 체할까 봐 밥 먹다 수시로 일어나서 확인해도 속이
편안하다. 친구들과 연말모임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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