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언제 탄생했을까?
137억 년 전에 탄생했다고 과학자들은 말하지만 확실치 않다. 빅뱅 이론에서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원자 크기보다 지극히 작은 공간에 집중되어있다가, 한순간 불꽃탄이 터지듯 폭발을 일으키며
팽창을 시작하여 지금과 같은 우주가 되었다는 학설이 일반적으로 인정받고 있단다.’
이렇게 탄생한 우주 안에서 먼지보다 작은 나는 한여름
밤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자기를 꼭 닮은 내가 태어나자 밤하늘에서 별이 떨어져 안긴
듯 너무 기뻐했단다. 아버지가 나를 번쩍 들어 천정으로 올릴 때마다 나는 우주가 폭발하듯 혼란스러웠다.
수염 깎은 지 몇 시간만 지나면 파릇파릇 솟아난 까칠한 아버지 얼굴에 내 볼을 비빌 때마다 내 볼은 우주가 팽창하듯 터질
것 같아 버둥대곤 했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한 아버지의 교육열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소위 명문 중학교에 넣는다고 표독한 여선생의 회초리를 수도 없이
맞아 왼쪽 팔이 수시로 흔들렸다. 학교를 휴학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공부 못해도 좋으니 살아있기만을 바라던 아버지의 포기로 흔들리던 팔은 멈췄다.
‘이 과목도 싫다 저 과목은 지겹다.’는 나의 학업에 대한 불만으로 우왕좌왕하는 나에게 아버지는 그림 공부할 것을 권했다. 그 후 어둡게 뒤덮고, 무겁게 짓누르는 우주 안에서 티끌보다 작은 나는 그림을 그린다며 꿈틀댔다.
그런데 뭔가 잘못된 꿈틀거림이 계속되었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부리와 매서운 눈을 가진 매가 먹이를 겨냥해 창공에서 숨죽이고 머물다 찰나의 순간 먹이를 향해 돌진하듯 작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가장 오랫동안 고민하며 해 온 것 역시
그림이기도 하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지 않고 아이디어가
내 머릿속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쥐어짜며 부정적인 자세로 작업을 한 것이다. 물 흐르듯 유연한 자세에서 작업이 나와야 했는데.
아인슈타인은 ‘두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우주의 모든 가능성을 바라볼 때 저절로 흘러들어온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기존의 생각들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자신을
우주만큼 무한한 존재라고 바라보면 능력도 무한하게 쏟아져 나온단다. 단순한 생각과 시각의 차이로 인생이 갈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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