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져 지내다가도 무슨 일이 생기면 전투준비 태세를
갖춘다.
작년 11월 말, 오바마 건강보험을 갱신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12월 말이 되었는데도 청구서가 오지 않았다.
보험회사로 전화하면 뉴욕 스테이트의 문제다. 뉴욕 스테이트에 걸면 보험회사 빌링시스템이
문제라니.
이리저리 아무리 쑤셔대며 해결하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행여나 한국 에이전시와 상의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해서 찾아갔다.
우선 빌을 내면 다 알아서 해 준다기에 믿었다. 그리고 돈을 냈다.
그러나 보험은 작동되지 않았다.
도와준다던 그녀에게 전화했다. ‘언니, 지금 손님이 있어서
10분 후에 전화할게요.’ 사냥한 목소리로 끊는다. 연락이 없다. 다시 전화했다. ‘언니, 꼭 전화할게요.’ 이러기를 서너 번, 연락이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언니, 언니.’ 하며 친한 척할 때 눈치챘어야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언니, 오빠 하며 접근하면 조심하라던 친정아버지 말씀을 깜박 잊었다. ‘한인끼리 아무렴.’ 하고 믿었던 것도 잘못이다.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살아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꼈다.
분주히 여기저기 다니고 전화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2월 초순에 잘못된 액수의
청구서를 받았다. 생각 같아서는 오바마 건강보험을 집어치우고 싶다. 그러나 보험이 없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며 살 수는 없다. 미국 건강보험 시스템 그리고
벌금을 미끼로 옭아매며 해마다 가격을 올리는 보험회사들의 횡포, 신용 없는 에이전시들과의 상호작용으로 허탈해졌다.
영어가 부족한 나이 든 동양인을 대상으로 접근하는
변호사 꾐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랜 이민 생활에서
겪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동원해 남편과 함께 전투하는 자세로 변호사에게 맞섰다. 후퇴하고 돌격하기를 3개월간, 드디어는 힘없는 동양인을
우습게 여겼던 변호사가 제 꾀에 자기가 빠져 나자빠졌던 경험이 있다.
변호사와의 전투에 비교하면, 이 정도의 일은 별일 아니다.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인간관계 때문인 환멸과 허탈감이 주는 혼란으로 뒷골이 잠시 당길 뿐.
올해 들어 가장 기뻤던 뉴스는 아마존과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 그리고 JP 모건 체이스가 저렴한 건강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회사를 만든다는 소식이었다. 워런 버핏은
‘치솟는 건강보험은 마치 미국 경제의 배고픈 기생충과 같다.”고 지적했다.
기생충들과 상대하지 않을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기생충들과 상대하지 않을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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