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팔뚝 살 처진 것 좀 봐.
너무 처졌지?”
“음~ 처졌군.”
아직 멀쩡하다고 할 줄 알았던 기대와는 달리 쳐졌다는 남편 말에 자극받아 수시로 양팔 들어 거울을 들여다봤다.
처질 것도 없는 살집인데 어디서 흘러내렸는지. 온몸이 다 내려앉기 시작하는구나!
급기야는 남편이 침실 들어가는 방 기둥에 철봉을 달았다. 방 들락거릴 때마다
“매달려 봐.
올라가 봐. 오늘은 몇 번 매달렸어?”
매달려
있는 나를 뒤에서 들어 올리며 ‘여학교에서는 턱걸이도 하지 않았느냐?’며 턱을 철봉에 대보라고 성화다.
턱걸이는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손바닥이 아파서 다섯
셀 때까지 매달려 있지도 못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한 번에 50셀 때까지는 매달려 있다. 볼펜 화가인 남편도 스튜디오에 철봉을 매달고 온종일 볼펜을 휘두르다
수시로 턱걸이를 하니 팔심이 두말하면 잔소리다.
남편은 아이들 어릴 적부터 문기둥에 나무를 덧대서
쇠 철봉을 달아줬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땠다.
붙였다. 드디어는 성인이 되어 사는 각자 아파트에도 달아줬다. 아이들의 단단하던 상체가 한동안 해외로 싸돌아다니다 돌아오면 음지에서 자라는 화초 모양 비실거린다. 집에 오면 다시 상체가 불어나는 것이 확연하게 눈에 띄니 아이들도 남편도 철봉을 항상 끼고 산다.
남편이 나이가 들어선가? 예전엔 문 열고 쏙 저만 먼저 들어가더니 요즈음은 어쩌다 생각나면 젠틀맨처럼
문을 열어주며 먼저 들어가라고 내 등을 떠민다. 어찌나 팔심이 센지 비실비실한 내 등짝이 담 들린 것처럼
뻐근하며 앞으로 꼬꾸라질 지경이다.
“엄마, 아빠는 왜 자꾸 때려?”
“때리는 것이 아니야. 좋아서
만지는 거지.”
남편이 아이들이 좋다며 툭툭 치면 아이들도 나도 질색하며 살살하라고 소릴 꽥 지른다.
“내 몸에 멍든 것 좀 봐~”
남편의 팔이 어쩌다 올라가면 우리 셋은 너나 할 것
없이 피하는 자세를 취하며 가까이 오는 것도 겁날 정도다.
철봉에 매달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읊조린다.
11글자다. 다섯 번 읊조리면 50번은 매달려
있는 셈이다. ‘하나둘 셋’ 숫자 세며 매달려 있는 것보다는 뭔가 ‘처지는 살을 근육으로 메꿔달라는 바람.’도 겸해서다.
불심은 고사하고 어릴 적 신심이 돈독한 엄마 따라 절에 가서 엄마가 섬돌에 벗어 놓은 하얀 고무신을 지키느라 눈알 굴리던
기억밖에 없는 나는 끄떡하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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