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걷는 것을 즐긴다. 가벼운 걸음걸이로 맨해튼을 걸을 때면 내가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산책하지 않을 때도 어딘가를 하루에 1시간 정도는 항상 걷는다.
72가에 있는 트레이드 조를 향해
장바구니 끌며 걷고 있었다. 덩치가 커도 그리 클 수 있을까? 산더미
같은 여자가 내 앞을 걸어오고 있었다. 몸이 큰 거야 어쩌겠느냐마는 검정 속옷을 입은 하의 실종 모습에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쩔쩔맬 지경이었다. 길 가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눈에 받으며 인간이 어찌 대낮에 그런
해괴망측한 모습으로 활주할 수 있단 말인가!
하도 민망해서 부지런히 걷고 있는 내 앞의 중년 여인은
아예 고개를 뒤로 저친 상태에서 발가벗은 하마 같은 여자를 쳐다보며 걷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황당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웬일이니? 해도 해도 너무했다. 너무 추한 것 아니니? 무서운 세상이야. 조심해야 해. 트러블 찾아 헤매는 인간이 많아졌어. 걸려들었다가는 삶이 망가진다.”
나는 대답했다.
“맞아, 특히 나 같은
작은 아시안은 더욱 조심해야 해.” ‘왜 쳐다봐~’ 하고 시비 걸어
불상사가 생기면 평화로운 인생에 금이 가는 거지. 그래서 시선을 피하고 급히 걷는 중이야.”
말썽거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도 많지만, 본인의 나쁜 습관이나 문제를 주위 사람에게 적용하며 끌어들여 피폐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자라오면서 좋지 않은 버릇으로 입력된 기억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copy(복사) and paste(덧붙이)며 회오리바람에 휘둘리듯 끌어드리는 그야말로 트러블 메이커다. 한번 기억에 입력된 나쁜 습관들을 고치기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툭하면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고 후회하는 짓을 반복한다.
그 못된 버릇을 드러내면서 나에게 카피해서 덧붙이려는
낌새가 보이면 나는 눈에 보이지 않게 내려앉은 먼지처럼 잠수를 탄다. 물론 나에게도 좋지 않은 습관들이 많아 불가근불가원(가까이도 멀리도 하지 않는)이라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젊었을 때는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따라가기도 했지만,
나이 든 지금은 한번 휘둘려 끌려가면 나오기도 쉽지 않고 나왔다 하더래도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 힘들고 번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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