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27, 2017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

강 건너 뉴저지가 아침 햇살로 불타는 듯 빛난다. 브루클린 살 때는 이스트 강가를 맨해튼으로 옮긴 후로는 웨스트 허드슨 강가를 걷는다.

브루클린 이스트 강가에는 활기찬 늘씬 날씬한 젊은이들과 아침 햇살을 받으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주고받곤 했다. 내 얼굴의 누리끼리한 주근깨가 검은 깨밭이 되도록.

리버사이드 파크는 서쪽이라 아침에 그늘이 져 주근깨 늘 걱정은 사라졌다. 대부분 사람이 개를 데리고 산책한다. 개들은 서로 마주치면 좋아서 엉겨 붙어 난리를 치지만 사람들은 눈 마주치기를 꺼리는지 아예 시선을 피한다. 우리가 동양인이라 설까? 아니면 동네 분위기가 원래 이런 건가? 헷갈린다.

남편은 동양인을 반기지 않는 것 같다며 굳이 내키지 않는 인사를 말리지만 연신 벌어져 있는 내 입에선 굳 모닝이 습관적으로 나온다. 새로운 환경에 조화롭게 적응하려면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내고 그 자리 차지하면 안 되듯 먼저 와 터 잡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들도 그들만의 일상화된 습관과 이유가 있으리라.

친정아버지 말씀이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 형제보다 가까운 이웃에게 잘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 형제야 무슨 날만 보지만 이웃은 매일 마주치기 때문이라며.

30년 전, 폴란드계 이민자들이 터 잡은 브루클린 그린포인트로 이사하니 서너 블록마다 있는 히스패닉 구멍가게에는 온종일 들락거리는 직업 없는 동네 할양들이 즐비했다. 떠들기 좋아하는 그들은 길 건너에서도 찌노. 찌노하며 야유 섞인 목청으로 우리를 불렀다

한곳에 진득하니 버티는 습속이 없는 그들, 흔히 말하는 기대수명도 우리보다 짧은지 지금은 초기에 만났던 이들은 사라지고 없다. 동네가 변화면서 그 많던 구멍가게도 없어지고 한 블록 건너에 하나 남았다. 가끔 들르면 아직도 남아있는 몇몇 반기는 옛 얼굴들은 우리처럼 흰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스터리, 미세스리라며 호칭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곳 리버사이드 파크에서는 눈길 주는 사람이 없다.

우리는 70가 쪽으로 걷는 것보다 콜롬비아 대학 쪽으로 걷는 것을 선호한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위를 걷다가 느티나무 늘어선 흙길을 걷노라면 갑자기 발밑에서 자연의 기를 받는 듯 몸이 느슨해지며 긴장이 풀리는 시골길을 걷는 느낌에서다.

몸이 한쪽으로 씰그러져 천천히 걷는 노인을 볼 때마다 나의 미래를 보는 듯 착잡해진다. 30년은 이스트 강가를 걸었다.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남은 30년은 웨스트 강가를 건강하게 걸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야 할 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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