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하는 ‘피곤하다.’는 의미가 뭘까?
마음이 변했나?
재작년 여름 일본에서 일하던 아이가 연락도 없이 갑자기
집에 왔다. 아무래도 일본에서 사귄 걸프랜드와의 사이에 필시 매끄럽지 않은 모양새가
있는 것 같다.
잠만 자다 일주일 후 일본으로 돌아갔다. 공항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쓸쓸한 뒷모습이 걸려 그해 가을 일본을 방문했다.
아이와 여행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1살 나이 많은 걸프랜드를 두고 뉴욕으로 돌아와야 하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여자에게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라.’며 헤어졌단다. 여자는 결혼하지 않아도 좋으니 다시 만나자고 연락이 온다는 게 아닌가.
“굳이 둘 다 가슴 아파하면서까지
헤어질 필요가 있냐? 인연이 되면 결혼도 할 수 있지. 속 끓이지 말고 다시 만나는 게 어떠니?
만나다 보면 해결점이 자연스럽게 온다.”
아이를 위로했다. 여자를 만나 셋이서 저녁 먹었다.
나이는 우리 아이보다 한참 많지만 어려 보이고 영어도 잘하고 좋은 직장 다니는 성실한 여자였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여자친구와 다시 데이트하다 일본
직장을 고만두고 뉴욕으로 돌아왔고 반년 후 여자가 뉴욕을 방문했다.
남편은 평상시에 먹는 와인보다 더 비싼 것을 사 들고
와서 함께 저녁을 즐겁게 했다.
“엄마 마쓰미 공항에 데려다주고
왔어요. 엄마 아빠가 잘해줘서 고맙데요. 피곤해요.”
“그래 쉬어라.”
아이의 또 ‘피곤하다.’는 말이 궁금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멀리 떨어져서도 계속 사길 수 있으면 사귀는 것이고
헤어지더라도 예전처럼 서로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한국 여자라고 더 좋을 리 없다. 그저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여자면 되지 않은가. 좋아한다고 평생 가는 것도 아니고 헤어질 인연이면 아이 몇을 낳고도 헤어지는 세상 이다. 새끼들 사귀는 여자 문제로 가타부타 열을 내며 반대하다 ‘엄마 때문에’라는 원망을 들으며 아이와의 사이가 나빠지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