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3, 2016

뭘 더 어떻게

시간에 아무도 이메일을 보내올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습관적으로 메일을 확인하려 드는가? 오래전 젊은 시절에도 누군가에게서 오지 않던 전화를 기다리곤 했듯이. 옛날 겪었던 기억의 흔적이 아직도 희미하게나마 의식의 한구석을 찍혀진 작은 점만큼으로 남아서인가.

그의 이름도 얼굴 모습도 이제는 기억에서 스멀스멀하지만, 그의 전화를 기다리며 조바심을 쳤던 여러 나날, 망설이다 용기 내어 어두운 방에서 들던 수화기, 귀찮다는 듯 받던 그의 싸늘한 목소리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황했던 순간들만은 마치 엊그제 일인 또렷하다.

여보세요.” 
그가 전화를 받았다
….” 
그가 말이 없다. 얼음기둥처럼 몸은 굳어지고 고드름 끝처럼 머리카락은 솟았다. 입술을 잔뜩 이를 간신히 떼어내고 
연락이 없어서….” 
내가 연락해야 하냐는 반응이 없다
무슨 일이 있는 아닌지요?” 
바빠서요.” 이쯤 해서 그만둬야 했는데
주말에 한번….” 
바쁜 일이 있어서.” 
차가운 목소리로 더는 질질 끌고 싶지 않다는 투였다.

볼멘소리로 
"~" 
상대의 수화기가 조용히 찰칵하더니 뚜뚜뚜. 짧은 순간에 온갖 생각이 난무하다 그와의 짧은 인연이 이렇게 끝난다는 것을 뼛속 깊이 느꼈다.

씁쓸한 맛을 보고 정리돼야만 잊을 있다.’ 한때의 연애 지론은 이유도 모른 갑자기 연락을 끊은 그에게 전화했고 수화기를 놓는 순간 이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더는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후련함이 밀려오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쉽게 잊힌 없는 만남이 되었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갑자기 싫어질 때가 있다. 어릴 적엔 치열하고 끈질기게 이유를 확인하곤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분명히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싫어서 보기 싫다는데. 돌아선 사람 되돌릴 있는 일도 아니고 되돌린들 오래 관계일 없다.

고민하느라 밀린 잠을 몰아 자고 일어나 고개 숙여 잠깐 생각하다 머리채를 좌우로 서너 흔들고 나면 싫다는 사람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추운 겨울 찬바람 맞고 나면 봄이 오듯이. 살짝 미소 지으며 우리는 이제 끝이야.’

절대 잊지 못할 같았던 사람과 순간들이 쉽게 잊힐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깨달았다어차피 만남이 시작되는 순간 이별도 서서히 다가오니까.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