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저쪽 해변으로 갈까? 저쪽이 더 좋을 것 같은데?”
거대한 바윗돌로 둘러싸인 왼쪽 끝 해변으로 가자며
남편이 앞장섰다.
카리브 해 프랑스령의 세인트 바트 섬(St. Barts)의 셀 비치(shell beach), 모래사장이 온통 연한 파스텔 핑크색 작은 조개껍데기로 덮여있다. ‘바다에 미친 여자라는 소리를 듣다 보니 이렇게 희한한 곳까지 오다니!’ 감격에 빠져 있는데 뭘 더 좋은 곳을 보여주겠다고 바위를 넘어가자는 지.
친구와 둘이서 바위로 둘러싸인 해변에서 놀다가 밀물에 갇혀 친구는 죽고 주인공은 간신히 살아 평생 친구 죽음에 대한 죄의식으로 살아간다는 단편소설이 생각이 났다.
앞장선 사람을 잘못 따라갔다가는 성한 몸으로 집에 돌아가기는 힘들다. 한두 번이었던가? 먼젓번 여행에서도 산에 올라갔다가 온 길로 내려가기 싫다며 바로 옆길로 내려왔더니 산 반대 방향으로 내려와 고생하고서는.
멀리 있는 잔디가 더 푸르고 좋아 그곳으로 간다 한들 그 잔디가 그 잔디인걸. 남편을 따라가지 않고 조개껍질 위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하늘이 그 하늘로 옛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 옛날도 롱아일랜드 파이어 아일랜드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가 시훤한 바람결에 스르르 잠이 깜빡
들었다. ‘아이가 물에 빠졌다.’는 웅성거림에 눈을 뜨니 다름 아닌 바닷물에 휩쓸려 가는 우리 아이를 라이프가이드가 건져내는 중이었다. 총알처럼 날아가 아이를 부둥켜안고 ‘아이고 내 새끼.’
LA의 시집, 뒤뜰 야자수 그늘에 누워
있었다. 꽝하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니 아이가 노는데 정신이 나가 다이빙을 너무 얕은 곳에서 하다가 머리를
수영장 바닥에 박는 소리였다. 몸이 튀듯이 날아 물속으로 첨벙, 아이를
부둥켜안고 게으르고 못난 어미의 잘못을 빌었다. 운이 나빴으면 아이는 몸져누워 있을 뻔했다.
자다가 그 생각이 나면 번쩍 눈을 뜨고 밤샘을 한다.
공부 잘해 명문대학, 돈 잘 버는 좋은 직장, 좋은 여자 만나 결혼 등등 다 제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유로이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주는 것이 효도다. 뭘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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