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0, 2016

산책은

 나 걷기 시작한 지 3일 됐다. 매일 한 시간씩 걸으면 건강이 회복되겠지?” 
회복식이나 악화하는 것을 늦춰줄 뿐이지.” 
아무튼, 운동하면 건강해지잖아.” 
몸도 건강해지지만, 정신이 건강해져요.”
그래, 너는 오랫동안 걸었는데 뭐가 좋니?” 
언니와 전화 통화중 걸으면 좋다는 나의 구구절절한 수다가 끝없이 이어졌다.

친정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걸으실 수 없을 때까지 이른 아침 매일 남산에 오르셨다. 산에 오르면서 결정해야 할 일을 생각하다 내려올 즈음엔 어떻게 일을 끝내야겠다는 계획을 세워 산에서 내려오곤 하셨단다. 눈비가 쏟아지는 굳은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50여 년을.

나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남편과 상의해야 할 일이나 걱정거리를 저녁 밥상머리에서 꺼내 남편의 심기를 건드렸다. 화가 난 남편은 밥 먹다 말고 밥맛 떨어진다며 먹던 그릇을 싱크대에 팽개치고는 획 나가곤 했다요즈음은 남편과 상의할 걱정거리가 생기면 일단 다음 날로 미룬다. 아침에 산책하며 남편의 표정을 살피며 살짝 꺼낸다. 그리고는 뒤처져 걷는다기분이 언짢아진 남편의 걸음걸이가 빨라지다 서서히 줄어들며 뒷모습이 심각해진다. 그리고는 뒤에 쳐져 따라오는 나를 기다린다. 어찌해야 할지를 찾아낸 듯 내 의견과 맞추어보려는 것이다. 나는 남편 옆에 바짝 다가서서 머리를 맞대고 다정히 걷는다.

갇힌 공간에서 결정내리는 것과는 달리 오픈된 자연 속에서 내려진 해결책은 좋은 결과를 초래할 확률이 높다. 특히 열이 많은 남편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잠시도 못 견뎌 한다. 언젠가 한 번은 몇몇 지인들의 성화에 창문 하나 없는 시커먼 페인트로 도배한 노래방에 갔다가 잠시도 있지 못하고 다들 돌았군. 돌았어하며 뛰쳐나갔다. 그 이후론 노래방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산책은 건강뿐만이 아니라 문제 해결, 앞날의 계획 그리고 정신건강과 부부 사이를 좋게 한다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 속에서 걷다 보면 자연의 한 모습이 되어 자잘한 우리네 삶의 걱정거리가 먼지만도 못해져서 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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