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그들 대단하네!
남산에서는 한 방 터지고 한참을 기다려야 또 한 방인데 쏘나기 퍼 붙는 것이 마~ 전쟁터가 따로 없네!”
브루클린 그린포인트 이스트 강가, 내가 살던 곳에서는 독립 기념일마다 불꽃 구경을 한다며 지붕으로 올라가는
요란한 소리가 나곤 했다. 뉴욕에 와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살다 운 좋게도 불꽃 구경을 바로 머리 위에서
하는 곳에 살았다.
길거리엔 구경하기 좋은 곳을 찾아 우왕좌왕 흥분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우리는 한 층만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지붕 밑에 산다. 생전에 무얼 해도 이기거나 당첨되는 일이 없던 나에게도 구경 복만은 있었나 보다 .
불꽃이 얼굴을 향해 떨어지듯이 퍼붓다 마지막 몇 분간은
남은 폭약을 몽땅 쏟아붓는지 쉴 틈 없이 터지는 것이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다. 이렇게 우리의 7월 4일 불꽃 구경은
1984년부터 이어졌다. 길다면 긴 에피소드가 많다. 불꽃을 혼자만 보기 아까워 그동안 수많은 사람과 보며 즐겼다. 함께 했던 지인들을 돌이켜 보니 이미 저세상으로, 한국으로 돌아 간 사람들도 꽤 된다.
지붕에 올라가 어둠 속에서 불꽃 구경하는 이 친구
저 친구의 뒤 모습을 관찰하는 것 또한 그날의 즐거움이다. 특이한 점이 서로 죽고
못 살 것처럼 진한 감정을 드러내며 좋아서 껴안고 보던 커플들은 대부분 주위에서 사라져 소식이 묘연하다. 덤덤히 옆에 앉아 보던 커플은 그런대로들 함께 잘살고 있는데 말이다.
‘야그들 대단하네!’
흥분했던 지인도 딸과 부인을 버리고 젊은 여자와 재혼해 아들딸을 또 낳았다는 소식이 멀리서 들려온다.
다른 한 커풀도 이혼하고 다른 연인과 또 불구경 와서는 폭음이 터질 때마다 진한 포옹을 반복하곤 했지만 그들의 연정도
그리 길지 않았다. 같은 사물을 보고 좋아 난리 치는 사람들은 싫증도 빨리 내는지 신의로 살아야 할
삶을 흥분으로 살고 끝내고를 반복하나 보다.
불꽃이 폭음을 내며 오르다 더 높이 타오르며 하늘을
황홀하게 물들인다. 그리고는 갑자기 사라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검푸른 하늘에 희뿌연 연기만 허무하게 남긴다. 쉽게 타오르는 사랑 또한 빨리 시들해지며 또 다른 사랑을 찾아 흥분하고 시들해지기를 반복하다 끝내는 어두운 공허함을 남긴다.
독립 기념일이 오면 우리와 함께하다 헤어진 커풀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와 새로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지? 아니면 끝난 사랑의 공허함을 안고 괴로워하는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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