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티와 족욕이 좋다는 나의 ‘쑥 타령’ 글로 인해 나는 강적을
만났다.
그늘에 말린 인진쑥의 붉은 줄기까지 끓여 수시로 마신다는 독자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내가 즐기는
족욕이 아니라 공기욕( 알몸을 햇볕에 내놓고 뛰는)을 한다는 숲 속을
찾아가서.
아름드리 거목으로 둘러싸인 입구에 독자의 남편이 얼룩무늬
군용 복을 입고 트랙터에 앉아 우리를 맞았다. 끝이 말려 올라간 눈썹
밑에서 예리하게 빛나는 눈빛, 단단한 몸매, ‘한때 영화배우가 아니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트랙터 뒤에 매달은 달구지에서 한동안 흔들리며 숲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에 조각 작품이 흩어져 있는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그 조각 중의 한 작품인양 독자는 어안이 벙벙한 채 머뭇거리는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독자는 나보다 6살 많고 그녀의 남편은 띠동갑이었지만, 보톡스를 맞지 않았나 착각할 정도로 머리숱도 엄청 많고 피부가 탱탱했다. 시궁창 도랑에
사는 물고기와 망망대해에 사는 물고기의 차이랄까? 혼탁한 대도시에 사는 우리와는 달리 맑은 공기 속에서 무공해
채소를 가꾸며 짙은 숲을 거니는 자연인이다. 전기도 없이 이동 하우스에 살며 태양광선을 받아 밤에만 잠시
사용하고 냉장고도 없이 촛불을 켜고 산다니!
점심을 먹으며 들려주는 진솔하면서도 유머감각이 넘치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비슷하게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니 이럴 수가?
이런 일이? 영화로 만들면 좋게 구나 생각하다 아니 영화로는 짧아서 연속극으로.
사슴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거진 숲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달구지에 온몸을 휘둘리다 돌아온 우리 부부는 저녁도 거르고 잠에 빠졌다가 새벽에 눈을 떴다. 깨끗한 공기를 맡아서일까?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밥에 물을 말아 그녀가 싸준 온갖 장아찌들을 상에 죽 늘어놓고 무슨 맛인가를 천천히
음미했다. 독자 부부의 모습을 새록새록 떠올리면서.
도시 정원수와는 대조적으로 떨어질 듯 수줍고 겸손한
모습으로 숨어서 빠끔히 내다보는 작은 잡초 꽃들이 신기하다며 보여주던 그녀, 살아보니 다 필요 없고 자연 속에서 마음 편히 사는 것이 최고라던 남편분을 통해 나의 온실과도 같은 대도시의 삶은 보잘것없는 번거로움의
연속이 아닐까?
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누군가가 ‘기록해 놔야 하는데’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지만, 나로서는
전하려 해도 전할 수 없는 이야기라 일기장에 묻었다.
‘아 나도 이분들처럼 살면 더 좋은 글이 나올 텐데.’
아쉬움으로 한 보따리 얻어 온 어째 절간 냄새 같기도 한 쑥 냄새를 맡으며 새벽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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