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ne 21, 2014

없이 사는 지혜

“Extreme minimalism(극단적 단순주의)으로 사네” 
친구가 우리 집을 방문한 내게 말이다. 불편하지 않으냐는 말을 곁들이며.

가구와 살림살이가 많지 않아서지 소파 빼고는 침대와 식탁은 있다. 커다란 소파가 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싫어 러그를 깔고 그 위에서 뒹군다. 밥그릇 국그릇 큰 접시 작은 접시 식구 수대로 있었으나 먼저 살던 사람이 새 박스 채 두고 간 8세트 미카사 그릇이 찬장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바람에 갑자기 그릇이 많아졌다. 흰색 바탕에 청색문양이 영락없는 유대인 색감이다. 하지만 어쩌랴 공짠데.

손님이 올 경우를 제외하고는 냉장고 안도 휑하다. 물론 자주 오지 않지만 먹는 것도 살림만큼이나 간소하다. 아침엔 시리얼, 점심에 남편은 도시락을 싸들고 스튜디오로 가고 저녁엔 국에 김치 아니면 생선에 나물로 간단히 먹는다.

오래전 내 머릿속에 새겨진 사찰의 작은 방안, 가구라고는 대나무 막대기 하나만 덩그러니 매달려 있던 모습 때문인듯하다.

몹시 추운 겨울 산사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대나무 막대기가 천정으로부터 가는 두 줄에 매달려 있다가 방문 여는 소리에 나를 반기듯 살짝 흔들렸다. 누런 장판지와 창호지 벽지의 무심함에 이끌려 짐만 두고 나오려다가 뜨근뜨근 끓는 온돌 방바닥에 피곤한 몸을 뉘었다. 잠깐 눈을 붙였는데도 깊이 오래 푹 자다 일어난 홀가분한 기분에 힘든 겨울 여정의 피로가 다 풀린 듯 몸이 가벼웠다.

매서운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눈길 위에 새겨진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 어둑어둑한 하늘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나는 부엌을 찾아 들어갔다. 심심한 간으로 고유한 맛을 그대로 살린 된장국에 감자 졸임과 고추나물의 간소한 상차림이 어찌나 맛있던지. 그 짧고 아득한 기억의 장면이 나의 생활습관의 한 조각을 이루며 평생을 따라다닌다.

물건이 많으면 청소하기도 관리하기도 힘들고 피곤하다. 작은 집에 큰 가구가 덩그러니 주인을 누르고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것도 싫다. 물건을 사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는 일은 더욱 싫다. 휑하니 뚫린 길과 풀 냄새나느 공원을 걷다 집에 들어와 쌓인 물건과 가구를 보면 쓰레기통 안에 들어와 갇힌 듯 숨이 막힌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후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사람 집안 구조는 사람의 구조와 같다." 
집안에 물건이 많은 사람의 머릿속은 집안 구석만큼이나 복잡하다는,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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