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이 내일 모래인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그리고 서울 여자 넷이서 신이 났다. 웃음소리에 차가 휘청거렸다. 밥해 줘야 하는 남편들을 집에 두고 떠나는 2박 3일이니 오죽하겠는가.
친구가 20년 전에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가는 코네티컷 강가에 사 놓은
집에 가서 놀기로 했다. 실내 수영장이 있어 수영복도 챙겼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려면 저녁때가 되어 남편들 챙기느라 헤어지곤 하는 사이다. 감질나는
만남에 아예 멍석 깔고 누워 못다 한 이야기를 하기로 작정하고 떠났다.
비가 부슬부슬 와도 우리는 즐거웠다. 휴게소에
들러 창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마셨다. 빗속에서 뒹구는 우리를 닮은 낙엽을 보며 잠깐 말 없이 조용하긴 했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리고 커다란 식탁에 가져온 음식들을 올려놓고 먹으면서도 그칠 줄 몰랐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네 명 모두 사이 좋게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했다. 말과 행동이 느리다는 일반
상식과는 달리 충청도가 고향인 친구는 우리 중에서 행동이 제일 잽싸다. 항상 앞서 걷는 그녀가 우리의 대장이다.
부지런하고 붙임성있는 경상도 친구는 대장을 보조하며
우리의 만남을 편하게 해준다. 미국 산 지 30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짙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친구가 말할 때는 그 억양이 정겹고 재미있어 더욱 흥이 났다. 친구의 사투리는 우리를 마치 어린 시절 뛰놀던 고향 산천으로 되돌리는 듯하다.
우리는 자지러지며 웃기도 하고 심각한 이야기에는 놀라기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 수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영할 생각은 않고 머리
넷을 맞대고 이야기는 이어졌고 덜덜 떨면서도 물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추운 물속에서
그리도 오래 수다를 떨 수 있다니!
와인을 곁들인 저녁상에서도 지칠 줄 모르고 떠들었다. 드디어는, 목에서 쇳소리가 났다.
넷 모두 쉰 허스키 소리를 내면서도 새벽 세시를 넘기고야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의 수다는 시어머니와 남편 흉도 그리고 자식 자랑도
아니었다. 친구의 험담은 더더욱 아니었다.
“근께 고거이 우리가 따따부따
징허게 해 싼 것이 나이 들어 어찌케혀면 욕보지 않고 옹삭하지 않게 니캉 내캉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였당께. 그렇고럼혀서 씨잘데 없는 꺽정일랑 말고 심 닿는 데까정 살다 디질때는 거시기 허게 콱 디져부러야 헌다는 야기였지라잉.”
내 혀는 친구의 짙은 전라도 사투리에 익숙해져 갔다.
내 혀는 친구의 짙은 전라도 사투리에 익숙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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