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8, 2012

너나 잘해라

아이 넷을 서울에서 키우려니 사교육비가 많이 든다고 친정 올케의 걱정이 날로 늘어갔다. 내 딴엔 친정을 위한답시고 올케를 기러기 엄마로 만들었다연로한 부모가 어렵사리 쌓아 놓은 친정집 재산 줄어드는 것이 가슴 아팠다고나 할까

그런데 웬걸 조카들의 사교육은 미국에 와서도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올케 본인이 골프에, 플루트 레슨를 한다니엎친 데 덮친 격으로 쇼핑에 빠진 올케를 어찌할꼬! 보는 것마다 사고 싶은 물건으로 넘쳐나는 미국에 왔으니 사고도 싶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친정집 기둥 뽑히는 소리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밤잠을 설치며 미국에 부른 것을 후회했다.
돈도 많아. 누구는 좋겠네!” 
친정아버지에게 꼰 지르며 불평불만을 토했다.
며느님이 쓰겠다는데 네가 왜? 너도 시집 잘 갔으면 될 거 아니야. 다 타고난 복이다.” 
본인 건강 챙기기도 버거운 친정아버지는 신경 쓰기 싫은지 내가 꼰 질을 때마다 
너나 잘해라. 너나 잘해.”

말이 검소한 미국생활이지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려면 들었다 놨다, 머리 터지도록 계산을 하고 쿠폰을 들고 더 싼 것을 찾아 헤매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올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정부모가 고생하며 쓰지 않고 모은 재산을 자식인 나는 써보지도 못하고 어디서 굴러들어온 것이 쓴다는 생각에 약이 올랐다뭔가 떨어질 것이 없나 하고 공허하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올케가 냅다 새치기해서 내 것을 낚아챈 기분이랄까. 별 볼 일 없는 남동생이 귀공자처럼 생겼다며 옆에 붙어 줄 설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내 밥그릇을 뺏긴 듯 서운하고 억울해 속이 뒤틀렸다.

아는 지인이 결혼한 딸네 집에 가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며 참견을 하니 딸과 불화가 생겼다. 견디다 못한 딸이 엄마, 이 집이 내 집이야 엄마 집이야?” 
? 네 집이다.” 
그럼 내 집에서 내가 주인이야 엄마가 주인이야?” 
네가 주인이다.” 
"엄마, 내 집에 와서는 주인인 내식에 따르고 엄마 집에서는 엄마 마음대로 하며 살아."
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차 싶었다.

친정아버지가 번 돈 엄마가 알뜰하게 관리해 모아 놓은 재산이 나와 깊은 관계가 있는 줄 알고 관여하려 했다. 친정부모가 재산 불릴 때 도와준 것도 없이 오히려 유학 간답시고 축이나 내고서는 뭔 할 말이 있다고더욱이나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기력이 쇠 할수록 올케의 힘이 더욱 세졌는데. 돈 가진 사람이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겠다는데.

남의 것 넘보지 않고 내 가진 것이나 잘 지키기며 살기로 했다. 아버지의 입에서도 너나 잘해라.' 는 말이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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