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나는 뉴욕시를 벗어날 때마다 도시락을 먹고 싶으면 싸고, 귀찮으면 빈손으로 간다. 서로 요깃거리를 장만할지 말지 말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도시락이 4개 그리고 와인 안주 2개, 토탈 6통이 겹칠 때가 있었다. 친구는 보온 통에 따뜻한 야채수프를 가져왔다. 시간에 쫓겼는지 감자가 서걱서걱 씹혔다. 그 서걱거리는 감자가 어찌나 맛있던지.
“조그만 여자가 오지게도 많이 먹네.”
게걸스럽게 먹다가 친구 말에 아쉬운 듯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나 이렇게 야외에서 먹는 즐거움에 놀러 다니나 봐.”
먹을 때는 몰랐는데 도를 넘은 것 같다. 소화를 시키지 못해 꺽꺽댈 불안감이 엄습한다. 고만 먹어야지 하면서도 계속 넣고 계속 들어간다. 목구멍에서 신물이 올라온다. 뱃가죽 늘어지는 통증이 왔다. 허리선이 드럼통처럼 일자가 되려고 한다.
집 밖에서 먹는 맛이 너무 맛있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차 뒤에 와인을 싣고 다니며 곁들이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종이컵에 와인을 담아 뚜껑을 덮고 커피 마시듯 마시며 낯선 마을을 기웃거린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 전봇대를 끌어안고 우리는 수다를 떤다.
“우리 기차 타고 갔던 곳이 어디였지?”
“어디?”
“기차 떠날 시간이 많이 남은 줄 알고 역전에서 도시락 펼쳐 놓고 먹었잖아. 놀라서 뚜껑 덮어 싸 들고 뛰었던 곳.”
“아! 폽킵시(Poughkeepsie).”
“
"오래전 남편과 캐나다에 갔다 오다가 국경 검문소에서 캐나다에 뭐 하러 갔다가 오느냐고 물었어.
'점심 먹고 오는데요.'
했더니 검문하는 사람이 웃으며 즐거운 여행하라던 기억이 나네. 그때 우리 정말 국경 넘어갔다가 점심만 먹고 왔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여행하면서 본 것은 기억나지 않고 먹은 것만 기억나.”
나는 먹었던 장면을 말해야 갔던 장소를 기억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기가 거기다. 다 그렇고 그래서 그 많은 장소를 기억하기 쉽지 않다. 친구와 도시락 까먹고 놀다 보니 2022년도 화살처럼 내가 모르는 어디론가 부지런히 날아간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