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펜데믹으로 우리는 1년 넘게 주말부부가 됐다. 남편은 브루클린 그린포인트 스튜디오에서 지내다가 백신을 맞은 후 맨해튼 집에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과는 달리 남편은 조금씩 쿨하게 변했다. 본인이 선택한 결혼, 책임감으로 잘살아 보려고 노력도 했겠지만, 잡념과 잡기 없이 오랜 세월 꾸준히 자신의 세게 속에서 맴돌다 보니 나름대로 그 안에서 도를 닦지 않았을까? 신문 지상을 통해 남편에 대한 나의 불만을 글로 표현한 것도 남편이 좋게 변화하는 데 한몫한 듯하다. 지면을 준 중앙일보에 감사하다.
팬데믹으로 지하철 들락거리는 것이 께름칙해 주말부부 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 본인이 삼시 세끼 해서 먹어보니 꽤 힘들었나 보다. 철들어 돌아온 남편은 주말엔 집 안 청소를 말끔히 한다. 밥하기 싫어하는 내 눈치가 보이면 식당에서 투고도 해 온다. 장바구니를 끌고 차이나타운에서 장도 봐다 준다. 해주는 음식을 투정 부리지 않고 군소리 없이 먹는다. 밥상 앞에서 이것저것 요구하던 버릇도 없어지고 알아서 처리한다.
멀리 여행 가기 두려운 요즈음 우리는 정답게 기차가 가는 곳 중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간다. 125가 할렘에서 Metro-North railroad, Hudson line (허드슨강을 따라 달리는), Harlem line (호수를 만나길 바라며 달리는), New haven line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을 번갈아 가며 탄다. Penn Station에서 캐츠킬 가는 버스를 타고 산과 호수로 간 적도 있다.
도착역 부근에서 브런치를 먹고 물가와 다운타운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바람도 쐬고 운동도 하고 구경도 하며 더운 여름에 발품 팔며 하루에 7마일 정도 걷는다. 다리 성할 때 부지런히 돌아다니지 않으면 손해라도 보듯이.
이상하게도 나는 강이나 호수, 바다가 가까이 없으면 답답하다. 아마도 전생에 짜리몽땅 물고기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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