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선배님 와이프가 암으로 편찮으셨을 때 들려주신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병문안 오는 사람들이 고맙지만, 병든 와이프 돌보랴. 병문안 오는 사람 대접하랴. 힘들어. 그냥 나를 혼자 내버려 두면 좋겠어. 그리고 병문안 오면서 음식을 해오는데 맛있게 먹으면서도 맛있다고 말 못 하겠어. 그러면 또 음식을 해 올까 봐. 고맙다고 말 못 하는 내 심정을 이해 할 수 있겠어.”
친구가 서른 살이 넘은 아들을 잃었을 때도 저는 멍청히 하늘만 쳐다보며 아무 말 하지 못했습니다. 울며 이야기하는 친구의 시선을 피해 흐르는 내 눈물을 친구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다행히 석양이 넘어가고 어두워져 친구는 내 눈물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나이 드신 부모가 돌아가셨다면 위로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과 자식을 잃은 분에게는 위로할 기력도 용기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죄송합니다.
저를 모진 인간이라고 생각하셔도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 슬픈 일에는 제 입이 꽉 다물려 열리지 않는 버릇이 있는 나 자신에 당황했습니다. 오랜 세월 미국에 살았지만, 이 사람들처럼 시시각각 자기 느낌을 내뱉는 모습은 나에게는 아직도 생소합니다.
지난주 우리는 어떤 모임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만나 뵙기 전에 검은 옷을 입고 거울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위로의 말을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다가 회색 조 옷으로 바꿔 입고 나갔습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리지 못한 미안함에 시선을 외면했습니다. 웬만한 일에는 주위 사람을 격려하고 분위기를 돋우는 제가 남편을 잃거나 자식을 잃은 사람 앞에서는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선지 또다시 침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별의 상처를 시간이 치유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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