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29, 2021

외로움은 병

 “아들과 며느리가 맨해튼에 가는 김에 깻잎 김치 가져다줄게” 
 “됐어. 내비둬” 
“도어맨에게 맡겨놓을게. 맛있게 먹어.” 
 “됐다니까.” 
“자기도 꼴리는 대로 하는데 나도 내 맘대로 할 거야.” 
지난 초겨울, 바이러스로 집콕하는 나와 친구의 전화 통화 내용이다. 

그녀가 보내 온 쌀 한 포대기, 대추와 밤과 잣을 넣은 찹쌀밥, 깻잎 김치, 묵, 명란젓, 콩나물국, 감을 늘어놓으니 한 상 가득하다. 찹쌀밥에 깻잎 김치를 얹어서 퍼먹기 시작했다. 젓가락질하는 손이 떨리며 눈물이 고였다. 

아주 오래전, 롱아일랜드에서의 유학 시절, 외로움은 병이었다. 무인도에 떨어진 듯 외로움이 벅차서 다른 어떤 생각이 머리를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누군가가 기차를 타고 어찌어찌 가면 나처럼 생긴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플러싱이다. 메인 스트릿과 만나는 루즈벨트 에브뉴에 서서 동양인에게 손짓하며 웃었다. 사람들은 배시시 웃고 있는 나의 눈길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플러싱이 있어 한나절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행복했다. 지금은 사라진 구화 식품에 들러 쌀과 무말랭이무침을 샀다. 기숙사에 돌아와 뜨거운 밥에 양념 무말랭이를 얹어 먹다가 갑자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핑~ 하얀 쌀밥이 눈물에 젖었다. 

친구가 보내온 음식을 먹으며 그 당시의 나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고마워. 너무 맛있어서 손이 다 떨리네.” “
깻잎무침이 세종류인데 어느 것이 제일 맛있어?” 
세 종류? 이상하다. 한 종류인데 세 종류라니? 
“다 맛있어.” 
보내온 반찬들을 다시 확인해도 깻잎 김치는 한 병뿐이다. 
“아이고머니나! 글쎄, 깻잎 김치통을 넣는다고 해 놓고는 깜빡 잊었네. 어떡하지?” 
“어떡하긴, 그만 줘. 자기 며느리가 전해줘서 오해가 생길까 봐 무조건 다 맛있다고 했어.” 

주말에 오는 남편을 위해 감만 빼고 음식을 냉장고에 고이 모셔놨다. 친구 집 감나무에서 딴 단감 그리고 친구의 옆집에서 땄다는 홍시를 식탁에 올려놨다. 홍시를 먹을까? 단감을 먼저 먹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고 주홍색 감을 한참 보며 망설였다. 어릴 적에 고르기 힘들면 했던 손가락질을 했다. 
“어느 것을 먹을까 알아맞혀 보세요.” 
친구 집 감나무에서 딴 단감에 손가락이 멈췄다. 

미국에 와서 초창기, 외로움에 길거리를 헤매다 찾아 들어간 교회에서 만난 친구의 변함없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 건지 감이 무척 달다. 온몸이 당에 녹아내린다.

Loneliness is an illness

 “My son and daughter-in-law are going to Manhattan. They will bring you sesame leaf kimchi.” "Stop. Leave me alone” 
“They'll leave it to the doorman. Eat deliciously.” 
“Please stop it.” 
"I'll do whatever I want to because you do whatever you want,.” 
This is the content of a phone call between me and a friend who was staying at home because of the virus last winter. 

 A sack of rice, boiled glutinous rice with jujube, chestnut and pine nut, and sesame leaf kimchi, cod roe, bean sprout soup, and persimmons fill the table. I put sesame leaf kimchi on glutinous rice and started to eat it. My hands trembled as I used chopsticks and tears gathered. 

 A long time ago, while studying abroad on Long Island, loneliness was an illness. As if on an uninhabited island, my loneliness was overwhelming, so no other thoughts could come through my head. Someone said that there are many people who look like me if I go to Flushing by train. So I went to Flushing. Standing on Roosevelt Avenue meeting Main Street, I beckoned to Asians and laughed. People walked by quickly, avoiding my grinning eyes. I was just happy that there was Flushing so I could spend the day without being lonely. I stopped by a now-defunct Guhwa Foods and bought rice and seasoned radish. When I returned to the dormitory and ate the hot rice with seasoned radish, my hand suddenly trembled and tears burst. The white rice was soaked in tears. 

 While I ate the food that my friend sent, I revived myself at that time. 
"Thanks. It’s so delicious that my hands are trembling.” 
“There are three types of sesame leaf kimche, which one is the most delicious?” 
Three types of kimche? That's weird. Even if I double-check the side dishes my friend sent me, there is only one bottle of sesame leaf kimchi. 
"It's all delicious." 
“Oh, my God!, I forgot to put in two sesame leaf kimchi containers. What do I do?" 
“Stop giving it to me. I said everything was delicious because I'm afraid in case of misunderstanding your daughter-in-law brought it. 

 I kept the food in the refrigerator for my husband, who was coming on the weekend. I put sweet persimmons from my friend's persimmon tree and Hongsi from my friend's next door tree on the table. Should I eat Hongsi? Should I eat sweet persimmon first? I tilted my head and hesitated, looking at the scarlet sensation for a long time. When I was a child, I used to point things with my fingertips when it was difficult to choose. 
“Guess which one to eat.” 
My finger stopped at the sweet persimmon picked from the persimmon tree at her friend's house. 

 In the early days of New York, it is very sweet because the unchanging warmth of a friend I met at a church while wandering the streets in loneliness was conveyed. My whole body melts in the sugar.

Saturday, May 15, 2021

반짝이는 돌멩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자는 하급 공무원과 결혼했다. 사치스러운 그녀는 폼을 잡고 싶어 친구 목걸이를 빌려 무도회에 참석했으나 그만 잃어버린다. 같은 목걸이를 사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부부의 삶은 비참해져 갔다. 10여 년이 흐른 후, 친구로부터 빌려줬던 목걸이가 모조품이었다는 사실을 듣는다.’ ‘모파상의 단편 목걸이’다. 

 나는 다이아몬드만 보면 반짝이는 그 뒷면에 어릴 때 읽은 ‘목걸이’의 어처구니없는 사연이 웅크리고 있는 듯해서 외면한다. 

 더군다나 다이아몬드 크기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던 시절, 친정엄마가 며느리에게 준 결혼반지를 사부인이 감정한 후 크기가 엄마가 말한 것과 다르다고 티격태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나미가 떨어졌던 기억도 있다. 

 다이아몬드는커녕 싸구려 결혼반지조차도 나는 남편에게 받지 못했다. 하루 끼니도 해결하기 힘든 남자에게 감히 결혼반지는 언감생심 먼 나라 이야기였다. 

 다이아몬드는 사실 흔하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공급을 줄이기 위해 재고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약혼반지에 적어도 2개월 월급을 써야 한다. 누가 이 규칙을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지만 수익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팀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마케팅의 허상 또한 반짝이는 돌멩이는 나의 눈길을 더욱더 끌지 못했다. 차라리 남편과의 인연이 다하는 날까지 내가 끼니 만들기 싫은 날 남편이 K타운에서 들고 오는 저녁거리가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더 좋다. 

 옛날 옛적, 사냥 나간 남자가 포획물을 안고 허기져 기다리는 식구를 위해 돌아오듯 남편이 장 꾸러미를 꽝하고 내려놓았다. 나는 반가운 표정으로 그것을 번쩍 들어 식탁에 올려놓고 풀었다. 설렁탕, 빈대떡, 청국장, 고등어구이다. 남편이 대충 씻는 사이 미지근해진 빈대떡과 고등어구이를 따끈하게 데웠다. “청국장은 내일 먹지.” 라고 말하는 남편이 어찌나 고마운지. 즉 내일 끼니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다. 

 남편은 2주에 한 번 내 글이 신문에 나오는 토요일, K타운에 들려 신문을 사고 한국 음식도 사서 온다. 신문만 들면 세월아 네월아 하는 습성 때문에 고국 소식은 인터넷으로 대충 훑어보고 내 글이 실리는 날만큼은 신문이 뚫어지도록 열독한다. 

 “자주 배달해 줄게. 많이 먹어. 집에서는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으니까, 가끔은 MSG도 먹어줘야 잠이 잘 와.” 
남편은 히죽대면서 노릇노릇 잘 구워진 커다란 고등어 살점을 떼어서 내 밥그릇에 놔준다.

Sparkling stones

 ‘A beautiful but poor woman married a junior civil servant. Luxurious, she borrows her friend's necklace to attend a ball but loses it. Working at random to buy the same necklace, the couple's life became miserable. More than a decade later, she hears that the necklace she lent from her friend was an imitation.’ It is a short story 'necklace' of Moppa-sang. 

 I turn away a diamond because the absurd story of the 'necklace' that I read when I was young is curled up on the back of the sparkling diamonds. 

 Furthermore, I remember being disgusted when I heard that my mother quarreled that the size of the wedding ring she gave to her daughter-in-law was different in size from what my mother said after the parents of daughter-in-law assessed the size of the diamond. 

 Far from diamonds, I didn't even get a cheap wedding ring from my husband. I couldn't dare ask for a wedding ring from a poor man who couldn't afford a single meal. 

 Diamonds are, in fact, common. The reason for the high price is that inventory is limited to reduce supply. You have to spend at least two months' salary on your engagement ring. I don't know who came up with this rule, but there must have been a marketing team to increase profits. Rather, the foods my husband brings from K-town on the day I don't want to cook until the end of my relationship with my husband is better than a diamond ring. 

 Once upon a time, as if a man who went out hunting came back for a family waiting in hunger, my husband slammed the groceries and laid them down. I lifted it up with a glad expression, put it on the table, and unpack it. These are Seolleongtang, Bindaetteok, Cheonggukjang, and Mackerel. While my husband was washing up, I warmed up the bean pancake and grilled mackerel. “Let's eat the Cheonggukjang tomorrow.” Thank you so much for my husband who says that. In other words, it is a sign that I don't have to cook meals tomorrow too. 

 My husband stops by K-town every two weeks to buy newspapers and buys Korean food on Saturdays when my writings appear in newspapers. 

 “I'll deliver it often. Eat a lot. You don't use any seasonings at home, so sometimes we have to eat MSG to get a good sleep.” 
My husband removes the flesh of the mackerel, which is well grilled, and puts it in my rice bowl.

Sunday, May 2, 2021

5분이냐? 50년이냐?

 어릴 적 ‘5분 먼저 가려다가 50년 먼저 간다.’라는 포스터를 봤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다. 포스터를 상기시키며 서두르지 않고 조심 소심 살았다. 

 아침 산책길에 검은 개가 짖으며 물려고 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개 주인을 찾았다. 개 주인은 떨어진 곳에서 ‘개야 물어라.’ 하는 태도로 놀라는 나를 보며 즐기고 있었다. 
“네 개가 나를 물려고 하는데 개를 부르지 않고 뭐하냐?” 
“선글라스에 마스크와 모자를 쓴 너의 이상한 모습을 보고 개가 놀라서 짖는 거야.” 
오히려 개새끼 걱정을 하는 데야 어처구니가 없었다. 특히나 비 오는 날 우비에 장화를 신고 나가면 개들이 쫓아 와서 짖는다. 개들도 주인을 똑 닮아 못된 주인이 키운 개는 사납게 짖으며 달려든다. 개가 가까이 와서 인사하듯 빤히 쳐다보는 착한 개 주인은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심성이 고운 사람이다. 우울증 주인 개 또한 우울증인지 다른 개하고는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배회한다. 

 개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주머니에 먹을 것을 넣고 다니다가 달려들려는 개를 멀리 쫓기 위해 던져줄까 궁리했다. 다 귀찮아서 개 줄을 해야만 하는 오전 9시 이후로 산책 시간을 바꿨다. 

 산책하며 개에게 시달리던 내가 이제는 인간에게 시달려야 한다니! 동양인 노약자를 겨냥해 발길로 걷어차는 데야 어찌 방어할 수 있단 말인가. 호루라기를 가지고 다녀라. 페퍼 스프레이를 뿌리라고 하지만 갑자기 호루라기 불 틈이, 스프레이를 꺼내 뿌릴 틈이 없을 것 같다. 나이 들어 제 몸 추스르기도 예전 같지 않은데 갑자기 얻어맞아 널브러지면 비상 도구들을 과연 써먹을 수 있을까? 더욱 황당하고 섬뜩한 것은 주위 사람들이 구경만 하고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떨어진 나무토막들을 눈여겨보며 저것이라도 들어 싸워볼까? 생각하다가 길가다 걷어채이는 것이 비바람에 떨어지는 나무토막에 맞을 확률인데 너무 겁먹지 말자. 일단 눈을 마주치지 말고 길을 양보한다. 앞뒤 좌우를 살피며 빨리 걷다가 불길한 느낌이 들면 다른 길로 간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나를 향해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면 피한다. 사람들이 걷기 불편해서 잘 다니지 않는 길로 걷는다.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질러 상대가 주춤할 때 뛰어 도망간다. 별별 살아남을 궁리를 하느라 머리가 복잡하다. 사색 없는 산책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시간에 쫓기고 싶지 않다. 물론 사람들에게도 쫓기고 싶지 않다. 천천히 움직이며 절대로 서두르지 말자. 건널목에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자. 떠나려는 지하철을 급히 잡아타지 말자. 순간을 아끼려다 영원함을 잃지 않으려고 다짐하며 우아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갑자기 웬 동양인 인종차별 날벼락을 맞은 건지. 이렇게 눈치 보며 걷다가 습관이 몸에 밸까 걱정이다.

Is it 5 minutes or 50 years?

When I was a child, I saw a poster saying 'trying to go five minutes quickly, then going 50 years early.' That's a great idea. Reminding the poster, I lived cautiously and timidly without rushing. 

 On the morning promenade, a black dog barked and was trying to bite me. I looked around and find the owner of the dog who was enjoying watching me who is in astonishment from a distance. 
“Your dog is about to bite me, but what are you doing without calling your dog?” 
“My dog barks in amazement when he sees the strange appearance of you wearing sunglasses, a mask, and a hat.” 
On the contrary, it is ridiculous to worry about the dog. Especially on rainy days, when I wear boots in my raincoat, dogs come after me and bark. Dogs resemble their owners, so a dog raised by a bad owner barks fiercely. The owner of the good dog, who comes close and stares at me as if he were greeting me, is a kind-hearted person who apologizes, saying, "I'm sorry." The depressed owner's dog also wanders alone, unable to get along with other dogs whether he is depressed. 
In order not to be bitten by a dog, I thought about carrying food in my pocket and throwing it to the dog trying to bite me. it was bothersome. I changed the walking time after 9 am when people have to leash up dogs. 

 I used to suffer from dogs while walking, but now I have to suffer from humans! How can I defend myself when someone kicks me. People say to carry a whistle and pepper spray, but there seems to be no time to take out the spray and blow the whistle. If I am suddenly beaten, can I really use emergency tools? What's even more embarrassing and creepy is that the people around just watch and don't help. 

 Getting beaten up on the street is a chance of being hit by a piece of wood falling in the rain and wind. let's not be too scared. First, give way without making eye contact. Walk fast, looking back and forth, and if I feel ominous, go another road. Regardless of whether men or women of all ages, avoid it if someone comes close to me. I walk on the road that people don't walk. Scream like a crazy person and run away when the opponent falters. I walk with a lot of thoughts to survive. It became a thoughtless walk. 

 I don't want to be chased by time anymore. Of course, I don't want to be chased by people either. Move slowly and never rush. Let's wait until the blue light turns on at the crossing. Don't rush to catch the subway that is about to leave. I tried to let go of the moment and act gracefully, determined not to lose eternity. But, why do I suddenly get caught in the middle of racial Asian discrimination? I'm worried that I'll get into a habit while walking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