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이아몬드만 보면 반짝이는 그 뒷면에 어릴 때 읽은 ‘목걸이’의 어처구니없는 사연이 웅크리고 있는 듯해서 외면한다.
더군다나 다이아몬드 크기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던 시절, 친정엄마가 며느리에게 준 결혼반지를 사부인이 감정한 후 크기가 엄마가 말한 것과 다르다고 티격태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나미가 떨어졌던 기억도 있다.
다이아몬드는커녕 싸구려 결혼반지조차도 나는 남편에게 받지 못했다. 하루 끼니도 해결하기 힘든 남자에게 감히 결혼반지는 언감생심 먼 나라 이야기였다.
다이아몬드는 사실 흔하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공급을 줄이기 위해 재고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약혼반지에 적어도 2개월 월급을 써야 한다. 누가 이 규칙을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지만 수익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팀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마케팅의 허상 또한 반짝이는 돌멩이는 나의 눈길을 더욱더 끌지 못했다. 차라리 남편과의 인연이 다하는 날까지 내가 끼니 만들기 싫은 날 남편이 K타운에서 들고 오는 저녁거리가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더 좋다.
옛날 옛적, 사냥 나간 남자가 포획물을 안고 허기져 기다리는 식구를 위해 돌아오듯 남편이 장 꾸러미를 꽝하고 내려놓았다. 나는 반가운 표정으로 그것을 번쩍 들어 식탁에 올려놓고 풀었다. 설렁탕, 빈대떡, 청국장, 고등어구이다. 남편이 대충 씻는 사이 미지근해진 빈대떡과 고등어구이를 따끈하게 데웠다.
“청국장은 내일 먹지.”
라고 말하는 남편이 어찌나 고마운지. 즉 내일 끼니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다.
남편은 2주에 한 번 내 글이 신문에 나오는 토요일, K타운에 들려 신문을 사고 한국 음식도 사서 온다. 신문만 들면 세월아 네월아 하는 습성 때문에 고국 소식은 인터넷으로 대충 훑어보고 내 글이 실리는 날만큼은 신문이 뚫어지도록 열독한다.
“자주 배달해 줄게. 많이 먹어. 집에서는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으니까, 가끔은 MSG도 먹어줘야 잠이 잘 와.”
남편은 히죽대면서 노릇노릇 잘 구워진 커다란 고등어 살점을 떼어서 내 밥그릇에 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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