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었다.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닌 줄 알지만, 그렇게 물어보는 거 기분 나빠요. 사촌이 땅을 사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배 아파하듯 별일 있기를 바라는 듯한 뉘앙스라서. 오븐에 올려놓은 것을 들여다봐야 하니 전화 끊읍시다.”
갑자기 끊긴 전화기를 붙들고 한참을 어쩔 줄 몰랐다.
그 말이 그렇게도 기분 나쁘게 들렸다니! 친언니에게 전화했다.
“언니 나 항상 언니와 통화 할 때마다 ‘별일 없지?’라고 묻잖아. 그렇게 물을 때 기분 나빴어?”
“처음 한동안은 기분이 나빴지만 워낙에 네 성질을 알기에 나중에는 이해가 됐다.”
“언니 나 지금까지 사람들과 통화 할 때마다 ‘별일 없지요?’라고 물었는데 그 사람들도 기분 나빴겠다. 아이고 미안해라. 이제부터 말조심해야지. 언니 별일 없지? 잘 있어요.”
조심하겠다고 말해 놓고 전화를 끊으며 또 별일 없지? 를 반복하고 끊다니! 앞으로는 ‘잘 계시지요?’라고 하면 어떨까?
그날 오후에 아침나절에 통화한 그녀가 다시 나에게 전화했다. 부엌에서 달려가 잽싸게 받았다.
“삐쳐서 전화를 받지 않나 했어요. 어제도 아는 사람이 전화해서 비슷한 소리를 해서 언짢았는데 아침부터 그런 소리를 또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내가 심하게 말한 것 같아 다시 전화했어요.”
“아니 내가 잘못 말했지요. 남의 기분 생각하지 않고 지껄인 내 잘못이지요.”
“혹시 막내 아니예요?”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막내는 아닌데 엄마 아버지가 하도 받들어 키워서. 아무튼, 나의 경솔한 말투를 솔직히 지적해 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별일….”
또다시 나의 입에서 반복돼 나오는 ‘별일’ 소리에 놀라 전화를 슬그머니 끊었다.
나는 전화하는 것을 몹시 꺼린다. 남편과 아이들에게조차도 급한 용무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화가 오면 반갑게 받는다.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것이 잘하는 짓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안부 전화 하다 내 주둥이가 신나서 지껄여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으로 전화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것이 상대방을 그리고 나를 도와준다. 그런데 지면상으로 또 주절거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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