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컴퓨터 자판도 두드릴
줄 몰라요. 이메일은커녕 북마크에 넣어 준 조중동(신문)만 볼 줄 알아요.”
라고 내가 말했다.
“이메일은 간신히
할 줄 아는데 내가 죽으면 어떡하려는지 걱정이야.
선배님도 본인 남편에 대해 말했다.
“별걱정을 다 하시네요. 남자들은 마누라 떠난 후에 젊은 여자 만나 더 잘 살 텐데요.”
남자들은 조강지처가 죽으면 싱싱하고 예쁜 여자 만나
‘왜 이제야 만났냐!’ 며 천생연분인
양 알콩달콩 신혼살림 차린다. 그러나 많은 미국 노인들은 자신의 재산에 애착이 강해 새로운 여자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인지 동네 다이너에 가면 손을 덜덜 떨면서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노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시자마자 우리 언니 또래의 여자가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듯 화사하게 웃으며 등장했다. 혼자 외롭게 멀리 있는 아버지를 걱정하느니 젊은 아줌마와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다행이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아버지는 갖은 정성을 다 쏟는 그녀에게 딸린 여러 명의 자식 학자금, 결혼 비용
심지어 이혼한 자식 재혼 비용까지 댔다. 나는 아버지의 행복을 위헤 장구 치는 옆에서 살살 북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나름대로 우리에게도 최선을 다했고 내가 이만큼 살도록 물심양면으로도 많이 도와주셨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후 우리 여자 형제들은 찬밥신세가 되었다. 이런 기억을 안고 사는 나는, ‘나 살아생전에 남편과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자. 죽고 난 후, 나 없어도 세상은 잘 굴러갈 것이다. 그리고
남은 사람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라고 생각하며 산다.
단, 살아생전 모은 재산의 반은 내 몫이다. 남편 몫이야 젊은 여자에게 쓰든 말든 내 몫만은 내가 원하는 곳에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남자들이 젊은 여자에게 미치면 물불 가리지 않을뿐더러 여자 또한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하려는 것이 요즘 아니 늘 있었던 세상인심
아닌가! 누구 말처럼 반만년 찌들어 살다 진짜 돈맛을 보고 모두 돈돈하면서 환장하는 시대 아닌가?
리빙트러스트를 만들었다. 부부 중 하나가 가고 나면 남은 사람에게 전부 남겨지는 것이 아닌,
몫의 반만 받는 것으로. 그러나 그건 세상 뜨고 난 후의 서류상의 일이다. 이런저런 골 아픈 서류처리를 늙은 마누라인 내가 컴퓨터로
다 해결해주니 남편은 과연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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