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브루클린으로 갔다. 화가 남편이 도시락 싸 들고 출근하는 그린포인트 스튜디오는 예전 우리의 둥지였다.
밖이 조용하다. 웬일일까?
모두 다 어디로 갔을까? 길 건너 델리 가게도 얼마 전에 문을 닫더니 낯선 사람이 내부 수리를 한다기에 흘끔 들여다보니 무척 팬시하다. 어쩌다 급한 방문객이 오면 남편은 외상으로 맥주며 안줏거리를 거침없이 내주던 구멍가게였는데.
동네가 변하고 있다. 정보통인 뒷집 호세가 있으면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벌써 저세상으로 갔으니 알 길이 없다. 옆집 샌드라는 웰페어 체크가 오는 날이면 우체부를 기다리는 눈치로 창가에 베개를 받치고 내다보다 내가 지나가면 “What’s up?”하곤 했다. 앞집 제이도 차에 앉아 거대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목소리로 동네 분위기를 말해주곤 했는데, 차도 사람도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아침이면 집 앞을 쓸던 알렉스도 없다.
겨우내 웅크리고 집 안에 있다가 여름이 되어 방문하니 이웃들이 사라졌다. 집세를 내지 못해서 야반도주했나? 아니면 급속도로 바뀌는 동네 분위기를 놓칠세라 집주인들이 건네는 뭉칫돈을 받아들고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들 갔나? 라틴계 이웃들은 몸만 빠져나갔는지 이사하는 흔적도 볼 수 없었다. 그와는 반대로 그들이 떠난 곳에 전국 타 주에서 몰려드는 젊고 싱싱한 하얀 낯선 젊은이들의 새로운 곳에서의 새 삶에 흥분된 기운이 넘친다.
84년 겨울, 브루클린 그린포인트 강가로 이사 와서 아이를 낳고 키웠다. 겨울이라 조용했었다.
그러나 봄이 지나고 따뜻해지자 겨울잠 자다 나온 곰 모양으로 뚱뚱한 몸을 의자가 찌그러지라고 이웃들이 죽 늘어앉아 떠들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라고 타이르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고 경찰을 불러도 소용없었다.
라디오 소리,
아이들 자전거 타는 소리, 개 짖는 소리, 어른들 고함에 특히나 오토바이 부릉부릉하는 소란스러움은 크랙 마약이 절정에 이른 9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우리에게는 잠을 설쳤던 악몽과 같은 세월이었다.
밤새 떠드느라 설친 잠을 자는지 아침나절은 조용하다 못해 지금처럼 고요했던 이웃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수많은 싱글 마더의 구루마에서 칭얼거리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짝을 찾아 떠났고 노인들은 세상을 떠났다고 치자. 그러나 중년 이웃들은 어디로? 미우나 고우나 정들었던 이웃이었는데…
수많은 싱글 마더의 구루마에서 칭얼거리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짝을 찾아 떠났고 노인들은 세상을 떠났다고 치자. 그러나 중년 이웃들은 어디로? 미우나 고우나 정들었던 이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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