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나 자연의 아름다움도 한몫하지만, 인간적인 흥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육지로 여행하다가는 ‘다시는 가나 봐라.’를 곱씹으며 부부 싸움하다가 피곤한 몸을 끌고 돌아와야 하는 우리 부부, 자잘한 신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크루즈의 편안함에 끌려 무리를 해가며 또 탔다.
저녁 테이블에 앉아 평소에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다양하고
깔끔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자 배고플 때는 들리지 않았던 옆 옆 테이블에 앉은 두 동양 여자의 대화가 들리기 시작했다. 슬쩍 보니 한국 사람은 아닌 듯했다. 일단 두 사람이 영어로 대화 중이었고 주로 듣고 있는 중년 여자의 억양은 미국인 발음에 가깝고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나이든 여자의
억양은 본토 발음도 한국 사람의 영어 억양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행 중 동양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우리 부부는 그들이
지나쳐 갈 때까지 일단 입을 다문다. 그녀들이 중국사람이라고
생각한 우리는 계속 이야기했다. 갑자기 두 여자가 벌떡 일어나 다가와 ‘한국 사람이세요?’라고 영어로 물어보는 게 아닌가.
어찌 그리 반가워할 수가 있을까? 게다가 그중 젊은 여자는 예쁜
얼굴로 상냥하게 말을 걸며 자리를 뜨지 않으니 옆자리를 권할 수밖에 없었다. 항상 배에서 대화의 시작은 ‘어디서 왔냐?’다.
‘뉴욕에서 왔다.’며 되받아 물으니 미네소타에서 왔단다. 두 여자 남편들은 미국사람이란다. 외국인 남편과 오래 살면 영어 발음도 모습도 다른 환한 빛을
찾은 듯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모호했다.
거의 매일 식당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중
젊은 여자가 ‘우리 여자끼리만 놀아요.’ 하며
내 팔을 끌었다. 남편은 배 안에서 함께 여기저기 둘러보자면 마지못해 따라다니다 잘됐다 싶었는지 사라졌다.
한국말도 잘했지만, 습관적인지 영어로 대화는 이어졌고 그녀들의 미국인 남편들이 불쑥불쑥 나타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내 남편과는 달리 부인들을 잘 챙기며 다정다감했다. 그중 젊은 여자는 자꾸 나와 놀고 싶어 하고 조용히 쉬려고 배를 탄 내 남편은 만남을 피하니 내가 가운데 앉고 양쪽에 그들 부부가
앉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모처럼 배 안에서 한국 아줌마들을 만나 어울리며 나와
다른 그들의 삶을 듣고 공유하고 싶어 신이 났었다. 그러나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남편을 설득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인지라 여자 셋에 남자 둘의 만남을 더는 이어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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