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커피값을 아끼면 일 년에 천 불 이상은 절약할 수가 있다고 한다.
아침마다 산책을 끝내고 카페에 들려 커피를 사 마시는 남편에게 집에서 끓여 먹고 커피값 아껴 여행을 더 가자고 했다.
“세일 하는 것만 뒤지지 말고 향이 좀 그럴듯한 걸 사 온다면야.”
남편이 기꺼이 동의했다.
남편의 결심이 작심삼일이 될까 봐 올가닉 커피와 밀크를 그리고 친구가 싸준 콩 시루떡으로 아침을 준비했다. 향이 그럴듯하다. 웬걸, 한 모금 마시니 한약보다 더 독한 것이 마실 수가 없다. 그냥 먹던 되로 먹어야지 올가닉은 우리 주제에.
그 넓은 슈퍼마켓에 꽉 찬 물건 중에 내가 고르는 것은 기껏해야 열댓 가지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뉴욕,
그 많은 종류의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있기에 그렇게 쌓아 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새로운 상품을 시도해 보려고 한참 동안 레벨을 읽고 비교하고 시간 들여 사오면 입에 맞지 않는다. 백화점엘 가도 옷 종류가 많아 어디서 어떻게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콩 시루떡을 싸준 친구는 손재주가 많고 눈썰미도 예리하다. 윈도에 걸린 옷을 지나며 힐긋 보기만 해도 만들어 입을 정도다. 음식도 먹어보기만 하면 그대로 만들어 초대하곤 했다. 잘하는 게 많아 항상 바쁜 중에도 일 년에 서너 번은 나와 쇼핑을 갔다.
난 그녀만 졸졸 따라다니다 그녀가 고르고 고르다 사지 않는 것만 집어 들어도 ‘이게 웬걸.’할 정도다. 이렇게 싸고 좋은 물건을 고를 줄 알게 될 때까지는 남편의 눈치 살살 봐 가며 쇼핑에 돈을 엄청 퍼부었다고 한다. 나는 덤으로 돈 안 드리고 묻어가는 꼴이다.
‘해준 것은 잊고 받은 것은 잊지 말라던데.’ 나도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하고 주기도 해야 할 텐데. 부담감을 느끼는 와중, 어느 날 우연히 그녀와 마주쳤다. 반가워 손을 흔들며 다가가려니 쌩하니 그냥 지나친다.
갑자기 웬일일까? 그녀를 부르며 따라가 봤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게 아닌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가는 사람 붙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던가? 올 때도 그녀가 먼저 다가왔고 갈 때도
그녀가 먼저 떠나는구나! ‘세상엔 영원한 것은 없다.’며 굳이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고 싶지 않아 묻어뒀다. 가끔 아주 이따금 그녀와 마주치다 어느 날 그녀가 다시 다가왔다.
그러나 내 기억엔 그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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