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8, 2017

돌아선 그녀

하루 커피값을 아끼면 년에 이상은 절약할 수가 있다고 한다.

아침마다 산책 끝내고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는 남편에게 집에서 끓여 먹고 커피값 껴 여행을 더 가자고 했다
세일 하는 것만 뒤지지 말고 향이 좀 그럴듯한 걸 사 온다면야.” 
남편이 기꺼이 동의했다.

남편의 결심이 작심삼일이 될까 올가닉 커피밀크를 그리고 친구가 싸준 시루떡으로 아침을 준비했다. 향이 그럴듯하다. 웬걸, 모금 마시니 한약보다 독한 것이 마실 수가 없다. 그냥 먹던 되로 먹어야지 올가닉은 우리 주제에.

그 넓은 슈퍼마켓에 꽉 찬 물건 중에 내가 고르는 것은 기껏해야 열댓 가지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뉴욕, 그 많은 종류의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있기에 그렇게 쌓아 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새로운 상품을 시도해 보려고 한참 동안 레벨을 읽고 비교하고 시간 들여 사오면 입에 맞지 않는다. 백화점엘 가도 종류가 많아 어디서 어떻게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콩 시루떡을 싸준 친구는 손재주가 많고 눈썰미도 예리하다. 윈도에 걸린 옷을 지나며 힐긋 보기만 해도 만들어 입을 정도다. 음식도 먹어보기만 하면 그대로 만들어 초대하곤 했다잘하는 많아 항상 바쁜 중에도 년에 서너 번은 나와 쇼핑을 . 그녀 졸졸 따라다니다 그녀가 고르고 고르다 사지 않는 것만 집어 들어도 이게 웬걸.’ 정도다. 이렇게 싸고 좋은 물건을 고를 알게 때까지는 남편의 눈치 살살 봐 가며 쇼핑에 돈을 엄청 퍼부었다고 한. 나는 덤으로 드리고 묻어가는 꼴이.

해준 것은 잊고 받은 것은 잊지 말라던데.’ 나도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하고 주기도 해야 할 텐데. 부담감을 느끼는 와중, 어느 날 우연히 그녀와 마주쳤다. 반가워 손을 흔들며 다가가려니 쌩하니 그냥 지나친다. 갑자기 웬일일까? 그녀를 부르며 따라가 봤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게 아닌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가는 사람 붙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던가? 올 때도 그녀가 먼저 다가왔고 갈 때도 그녀가 먼저 떠나는구나세상엔 영원한 것은 없다.’며 굳이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고 싶지 않아 묻어뒀다. 가끔 아주 이따금 그녀와 마주치다 어느 날 그녀가 다시 다가왔다. 그러나 내 기억엔 그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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