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14, 2017

빨간 여인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빨간 여자가 천천히 걸어온다. 온통 붉은색이어서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코너 다른 창가로 자리를 옮겨 내려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빨간 모자에 외투 그리고 신발까지, 얼굴도 붉게 화장했다. 아침 내내 정성 들여 화장하고 나온 듯한 화사한 모습과는 달리 천천히 걷다가는 보행 보조기에 앉아 쉬곤 하는 것이 꽤 나이가 많은가 보다.

창틀에 기대어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것이 일과 중의 하나다.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이, 세련됨, 수준을 알 수 있다고 감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비록 몸은 시원찮아 보행기에 의존했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으려는 듯 꼿꼿한 자세로 삶을 안이하게 포기하지 않은 모습에 안쓰러움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빨간색이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질 때까지 창가에 매달려 있었다.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몸매를 이리저리 살폈다. 뭐 아직은 부풀지도 않았고 다리 하나만은 건강하다. 머리를 쓸어 올리며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 얼굴로는 아무리 꾸미고 가꿔도 안 되겠지? 처진 눈을 올려보고 얼굴을 양쪽으로 당기며 성형을 해? 말아? 아니야 그래 봐야 달라지는 건 없어 잘못하다간 돈 만 잃고 더 엉망이 될지도 몰라그래도 뭔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 빨간 할머니도 보행기에 의지해 앞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멀쩡한 다리를 가진 내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며 남편에게 소리 지르는 나는 영락없는 싸움닭이다.
남의 험담을 하는 나는 심술 궂은 수다쟁이다.
배불리 먹고 난 후 탱탱한 배를 원망하는 나는 욕심쟁이 모습이다.
쇼핑할 때는 신나게 써대다 크레딧 카드빚 갚을 걱정하는 나는 영락 없이 쥐어짜 내팽개쳐진 걸레가 따로 없다.
적지 않은 시간을 작업에 몰두하고 난 후 나는 나만의 색깔을 가진 분위기 있는 여자로 태어난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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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난덜 뻘간모자하나 사려했었는데..작업하는게 제일 조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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