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에” 라고 늘 버릇처럼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남편에게 시작한다. “또 꿈 타령. 고만해. ” 하며 남편은 질색하지만, 나는 취미생활 하듯
반복한다. 그러나 어제 우리의 만남은 꿈이 아니고 현실이었다. 그런데
왜 꿈처럼 느껴지는지?
얼마 전 한 오프닝에서 만난 몇 명의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모두가 어려운 시절엔 곧잘 어울리곤 했는데 어쩌다 다들 살만해지자
얼굴 보기 힘들어졌다.’ 며 자리 한번 만들자고 했다.
맨해튼 전망 좋은 꼭대기 층에 자리 잡은 식당에서
네 커플이 만났다. 눈앞에 보석을 쏟아부은 듯한
야경을 보며 내 머리통만 한 와인잔을 부딪혔다.
다들 생활에 여유가 생겼는지 ‘성공하면 행복 해 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면 성공한 것이다.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행복의 세 잎 클로버를 짚 밟지 마라.’ 등등 훈훈한
이야기를 나눴다. 예전 암울하고 한심한 시절엔 돈 안 되는 공부를 한 우리가 어떡하면 밀리어네어가 되느냐가
관건이던 것이.
자리를 옮겨 그중 한 후배의 맨해튼에 있는 펜트하우스로
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와우! 오마이 갓!’ 어찌 그리 어렵던 브루클린 이스트
리버 허름한 2층, 강바람이 불라치면 강변 오리털 창고에서 날아온 깃털들이
봄날 민들레 홀씨 날리듯 창가에 들러붙어 시야를 어지럽히던 곳에서 어쩜 이렇게까지 통쾌하게 변신할 수 있단 말인가!
뒷문밖에 나서니 빌딩 사이로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게다가 반짝거리는 누런 잔돌
더미에서 솟아오르는 파란 불꽃의 캠프파이어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고층건물들 속에서 원초적 자연 속의 한 귀퉁이에 있는듯했다. 마치 그 옛날 인디언 조상들이 구술 몇 다발에 맨해튼을 팔아먹은 회한을 넋두리하듯 불가에 둘러선 인디언 후손이라도 된 듯한 착각이
스친다
밤이 이슥해지자 그중 한 명이 죽음 직전까지 갔던
이야기를 꺼냈다. 수영 못하는 본인에게 사촌이 ‘힘을
빼면 물 위로 뜬다.’는 한마디 뱉고는 함께 그리 깊지 않은 강물에 몸을 담그자마자 빠질 것 같아 허우적거렸단다.
바닥을 치고 올라오기를 몇 번 그러나 결국엔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듯 긴장이 풀리고 고통이 없어지며
깃털을 툭 치면 튀어 날아오르는 느낌으로 편안해졌단다. 그리고는 지난 옛일들이 주마등처럼 오른쪽으로 획 빠른
속도로 지나가며 멀리 빛을 보고는 정신을 잃었다나.
우리는 모두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그처럼 발버둥 치며 그야말로 인생의 막장까지 갔다가 운 좋게도 살아남았다. 이렇게 모여 지나간 옛일을 되새기며 모두 한동안 말없이 피어오르는 불꽃을 쳐다보고 있자니! 꿈인가? 생시인가?
우리는 모두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그처럼 발버둥 치며 그야말로 인생의 막장까지 갔다가 운 좋게도 살아남았다. 이렇게 모여 지나간 옛일을 되새기며 모두 한동안 말없이 피어오르는 불꽃을 쳐다보고 있자니! 꿈인가? 생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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