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8, 2016

부러운 친구

남의 것에 별로 관심 없는 나도 서부에 사는 친구가 RV(캠핑카)로 미국 전역을 들쑤시며 누비다 새로운 행선지에서 혼자 보기 아깝다며 전화할 때는 부러움이 더욱 간절해진다.

우리도 하나 장만해서 여행 다니자.’고 했다가는 유목민 귀신이 붙었냐? 뉴욕서 하는 짓거리는 어떡하고? RV 한대 사줄 테니 아예 가출하시던지.” 라고 남편이 소리 지를 것이 뻔하므로 입을 다물긴 했는데. ‘RV 캠프장은 고급 호텔보다 자연풍광이 더 좋은 곳에 많다.’는 말에는 당장에라도 한 대 장만하고 싶었다.

친구 남편은 사진작가로 카메라를 들고 RV로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작업한다. 그러나 집 귀신인 내 남편, 게다가 순수미술을 직업으로 갖은 우리는 작업에 필요한 오만 잡동사니뿐만 아니라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작가들 모양 야외에다 이젤 받쳐놓고 풍광을 담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다.

지난여름 캐나다 동쪽 끝 노바 스코티아를 갔다. North 95로 가야 빠른 길인데 내비게이터 말을 듣지 않는 남편이 이리저리 헤매다 North 87로 가는 바람에 저녁나절이나 돼서야 벨페스트, 메인( Belfast, ME)에 다다를 수 있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가다 쉬다를 제멋대로 반복하는 남편의 고약한 버릇 덕에 RV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캠프장에서 하룻밤을 묵게 될 줄이야!

기대하지 않고 들른 벨페스트 메인(Belfast, ME)은 하얀 요트들이 정박한 그야말로 아름답고 한적한 포구였다.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가 묵을 곳을 물었지만, 페스티벌 기간이라 근처 1시간 이내에는 빈 숙소가 없단다. 캠프장의 케빈도 예약이 찼다. 그나마 운이 좋아 캠프장에 차를 주차하고 하룻밤 묵었다. 바닷가 갯벌 바로 앞 RV들과 텐트들이 줄지어 늘어선 이런 곳에서 친구도 머물겠지?

머리 허연 중 늙은이 부부가 차에서 하루 잔다고 하니 그네들도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마침 예약이 취소된 케빈이 있다며 우리를 찾아와서는 지불한 주차 비용으로 됐다며 빨리 옮기란다. 세상에 이 좋은 메인(ME)주 인심! 각박한 뉴욕에서 온 우리는 그저 땡큐, 땡큐 만 연발했다.

아침 일찍 바닷가를 거닐며 주차된 RV들을 관찰하다 자그마하고 둥근 스테인리스로 만든 RV가 눈에 들어왔다. 겉모양새가 요즘 한창 붐인 쿠바 하바나에서 굴러다니는 1950년대 미국 승용차 사촌쯤 돼 보이는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요리조리 들여다보며 아우~ 요런 것 하나 좀…!” 중얼거리며 남편의 반응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저 멀리 모래 섞인 자갈밭을 걷고 있었다.

생각에 잠긴 듯 굳은 몸으로 먼동이 트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남편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캐나다 국경도 넘지 못하고 차를 돌려 집으로아이고 입 다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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