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만 보면 사려고 하는 남편과는 달리 나는 장 보러
갔다가 기분이 꿀꿀하고 아련해지면 꽃을 산다.
잎사귀도 없는, 잎과 꽃이 하나가 된 듯한 연두색 꽃이 하도 이상해 집어 들었다. 꽃잎도 옹기종기 촘촘한, 화병에 꽂아 놓으면 곱지는 않지만 오래 버틸 질긴 모습이다.
잎사귀도 없는, 잎과 꽃이 하나가 된 듯한 연두색 꽃이 하도 이상해 집어 들었다. 꽃잎도 옹기종기 촘촘한, 화병에 꽂아 놓으면 곱지는 않지만 오래 버틸 질긴 모습이다.
큰 아이를 낳았을 때 커다란 화분을 들고 병원 침실문을
들어서며 화분에 가린 큰 얼굴을 쑥 내밀고 멋쩍어하던 남편. 왜 꽃이 아니고 화분이었는지?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는 세련된 디자인을 찾으려고 동네
금은방 윈도우 앞에서 여러 날 서성댔다며 금팔찌를 쑥스러운 듯 던져주고는 히죽 웃던 남편. 꽤 돈을 지불한 듯해 속이 쓰렸지만 보면 볼수록 정이 든다.
멕시코로 전시하러 갔다가 수 놓은 붉은색 작은 주머니에
넣어 동전 모양의 은 브로치, 그것도 돈이 모자라 함께 간 친구에게 꿔서 길거리 벼룩시장에서 사 온 것을 항상 지니고 다니다 터키에
여행 가서 도둑에게 털렸다.
서울서 전시하고 인사동에서 사 온 은거울, 세공이 정교한 작은 내 손에 쥐고 화장하기 좋아 매일 들여다보다 손잡이가
아쉽게도 부러졌다. 검은 터틀넥 스웨터와 잘 어울리는 은 목걸이와 귀걸이 그리고 인디언 보석이 박힌 은 목걸이,
꽤 신경 써서 고른 듯 오랜 세월이 지나도 디자인과 세공이 멋지다.
금보다 은을 좋아하는 내가 지금까지 남편에게 받은
선물이 그게 전부다. 그 이후로는 항상 함께 다니면서
사준다고 해도 그 주머니가 내 주머니라는 생각에 더는 받지 못했다. 물론 다이아몬드는커녕
14금 결혼반지 두 개도 내가 준비했고 결혼기념일도 생일 선물도 없지만, 전혀 섭섭하지
않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을 텐데 여행자금을 아껴서 선물을 사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그리고 고민했을
남편 모습이 떠오르면 마음이 따듯해지기 때문이다.
평상시보다는 서둘러 저녁준비를 정성 들여 했다. 깡통 안초비를 다져 파와 마늘, 알몬드를 넣어 무치고 뚝배기에 대구지리를 보글보글 끓이다 붉은 고추와 파를 송송, 케일 된장국,
물김치로 상을 차렸다. 촛불을 밝히고 와인을 준비했다.
잎사귀 모양을 한 향기 없는 연두색 꽃이 있는 듯 없는 듯 식탁에서 안정감을 준다. 화려하지도 우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예쁘지도 않은 질긴 모습이 우리 부부의 삶을 닮은 듯하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