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23, 2016

산은 산이다

엄마, 나폴리 별로예요. 지저분해요. 
내 머릿속의 나폴리는 아들의 이 한마디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지중해 크루즈 면 자주 들르는 곳이다. 나폴리 항구에 정박해서 오전에 폼페이 (Pompeii) 둘러보고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배 난간에 기대어 밖을 내다봤다. 제주도에 한라산이 중심을 잡고 우뚝 솟듯이 눈 앞에 펼쳐진 산과 항구가 오라는 듯 손짓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요." 
길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화려한 화가와 쇼핑 가를 좁은 골목을 따라 언덕을 갈수록 다닥다닥 물들이 라해지며 노을이 지기 시작했. 놈팽이들이 골목에서 곁눈질며 다가왔다. 아차 었다. 남편 팔을 당기며 내려가자고 재촉했다.

같은 길로 또 가려고? 옆길로 가자. 
남편의 말을 흘려 들으며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리가 내린 크루즈가 서둘러 내려가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 가까웠다. 그러나 정작 내려오니 배는 없었다. 분명히 올라갈 배가 뒤통수에 있었고 내려올 때도 확인하고 왔건만 어디로 갔단 말인가!

조금 가면 보이겠지. 안심하며 바닷가를 걸었다. 그런데 웬걸, 아무리 가도 그 거대한 하얀 배는 보이지 않았다. 해는 꼴깍 넘어갔다. 지나가는 사람도 차도 뜸한 것이 한적했다. 떠날 시간 점점 다가왔다. 발길이 빨라지다 기 시작했. 뛰며 뒤돌아보니 어둠 속에서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분명히 올라간 골목 바로 옆길로 내려왔는데! 어쩌다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왔단 말인가? 다행히도 배가 떠난다고 즈음에서야 간신히 수 있었. 

원래 산은 그런 것이라니! 만약 혼자서 산에 올라갔다가 배 떠날 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돌아오지 못했다면 남편은 배 안에서 안절부절 당황하지 않았을까? 을 상상했다. 아니, 그럴 리가 배는 나폴리를 떠났고 남편은 자다 일어나 식당에 들러 배를 채우고는 다시 잠에 빠졌겠지?

배를 타면 나는 남편 없는 싱글이 된다. 가까이하기엔 먼 남편은 케빈 안에서 책을 읽거나 바다를 보며 와인이나 들이킨다. 그러나 나는 마치 본전을 뽑으려는 듯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기웃거리다 녹초가 되면 슬그머니 들어와 누워 뻗어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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