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폴리 별로예요. 지저분해요.”
내 머릿속의 나폴리는 아들의 이 한마디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지중해 크루즈를 타면 자주 들르는 곳이다. 나폴리 항구에 정박해서 오전에 폼페이 (Pompeii)를 둘러보고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배 난간에 기대어 밖을 내다봤다. 제주도에 한라산이 중심을 잡고 우뚝 솟듯이 눈 앞에 펼쳐진 산과 항구가 오라는
듯 손짓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요."
“길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화려한 번화가와 쇼핑 가를 지나 좁은 골목을 따라 언덕을 올라갈수록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이 초라해지며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놈팽이들이 골목에서 곁눈질을 하며 다가왔다. 아차 싶었다. 남편 팔을 당기며
내려가자고 재촉했다.
“같은 길로 또 가려고? 옆길로 가자.”
남편의 말을 흘려 들으며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리가 내린
크루즈가 서둘러 내려가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 가까웠다. 그러나 정작 내려오니 배는 없었다. 분명히 올라갈 때 배가 뒤통수에 있었고 내려올 때도 확인하고 왔건만 어디로 갔단 말인가!
조금 가면 보이겠지. 안심하며 바닷가를 걸었다. 그런데 웬걸, 아무리 가도 그 거대한 하얀 배는 보이지 않았다. 해는 꼴깍 넘어갔다. 지나가는 사람도 차도 뜸한
것이 한적했다. 배 떠날 시간은 점점 다가왔다. 발길이 빨라지다 뛰기 시작했다. 뛰며 뒤돌아보니 어둠 속에서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분명히 올라간 골목 바로 옆길로 내려왔는데! 어쩌다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왔단 말인가? 다행히도 배가 떠난다고 문을 닫을 즈음에서야 간신히 잡아탈 수 있었다.
원래 산은 그런 것이라니! 만약 혼자서 산에 올라갔다가 배 떠날 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돌아오지 못했다면 남편은 배 안에서 안절부절 당황하지 않았을까? 을 상상했다. 아니, 그럴 리가 배는 나폴리를 떠났고 남편은 자다 일어나 식당에 들러 배를 채우고는 다시 잠에 빠졌겠지?
배를 타면 나는 남편 없는 싱글이 된다. 가까이하기엔 먼 남편은 케빈 안에서 책을 읽거나 바다를 보며 와인이나 들이킨다. 그러나 나는 마치 본전을 뽑으려는 듯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기웃거리다 녹초가 되면 슬그머니 들어와 누워 뻗어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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