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9, 2016

가자!

긴 겨울을 밀어내고 따사로운 봄이 왔다. 아지랑이 아롱거리는 푸른 하늘에 하얀 새처럼 비행기가 날아간다. 서울 가는 비행기가 아닐까?

35 , 비행기를 타고 고국을 떠났다. 사이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달해 작은 컴퓨터 화면으로 세상을 들여다볼 있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서울 가는 비행시간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범선의 단편소설 오발탄에서 월남한 실향민 주인공이 시도 때도 없이 가자고 외치듯이 형부는 술만 들어가면 습관적으로 
한국에 돌아가 살 거야.”
그럼 나는  
허구한 날 말로만 간다 간다 하지 말고 제발 가세요. 잡는 사람도 없구먼.”
고국 뉴스에 신경을 곤두세우 사는 남편 또한 
나이 들면 한국에 가서 살까?” 
그냥 여기서 거야. 가고 싶으면 혼자서 .” 
왜들 두고 고향을 잊어 난리들. 이미 떠난 고향 반기는 사람도 없건만.

그리도 가고 싶은 고향, 너무 멀고 떠나온 오래됐다. 부모 형제도 그곳에 없다. 친구들도 예전의 친구가 아니다. 70년대 떠난 사람은 70년대 멈춰진 모국에 대한 정서로 미국에서 살고 있다. 나의 고국 한국은 내가 기억하는 이제 더는 아니다. 며칠 다니러 왔다면 그나마 마지못해 만나 사람이 있겠지만, 아주 살러 왔다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돈 냄새 나 풀풀 날리면 모를까어차피 떠나온 조국 다시 돌아간들 또 다른 이민생활의 시작일 뿐이다. 지금 사는 고향이라 여기며 뿌리내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조국을 위하고, 친구를 그리고 주위 사람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한국이 싫어서 뉴욕으로, 뉴욕이 싫다며 서부로 다시 한국으로 그리고는 또다시 미국으로 팔자 좋게 돌아다니는 형제가 있다. 철새처럼 훨훨 가고 싶은 데로 다니며 사는 데 뭔 불평불만이 그리도 많은지! 어디 간들 만족할까? 천국에 간들 행복할까?

고향이란 장소가 아니라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란다. 사람도 사랑도 다 소비되는 바쁜 세상, 고향에 대한 시각적 기억의 목마름이 오면 화질 좋은 인터넷으로나 들여다보고 달래며 살아야지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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