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February 13, 2016

산꼭대기 아들과의 일주일

어릴 적 아이는 엄마인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내 손을 꼭 잡고 걸으며 잘 따라 주었다. 지난번 일본에 사는 아들을 보러갔을 때 나도 아들이 하자는 데로 손을 놓지 않고 일본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둘러봤다. 그리고는 아이가 사는 곳에서 일주일 머물렀다. 사랑하는 아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한다는 즐거운 상상은 상상만으로.

아이는 시골, 아니 산골, 양쪽에 강을 끼고 있는 산꼭대기에 살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별이라도 딸 수 있는 하늘 밑, 벌레 소리, 그야말로 적막강산인 곳에서 출가한 스님처럼 지냈다. 남향의 거실엔 종일 햇빛만 서성거릴 뿐 아무것도 없었다. 다다미방인 침실엔 두꺼운 요가 깔려 있었다. 내가 온다고 기억자 식으로 요를 하나 더 깔아놨다.

엄마 울어?” 
아니 너 어떻게 이런 산중 절간 같은 곳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니뉴욕에 가자.” 
"뉴욕도 살기 나름으로 외로운 곳이에요. 전 조용히 혼자 있는 것이 좋아요. 뉴욕은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잖아요.”

아이는 배가 고프면 소리 없이 간단히 챙겨 먹은 후 자전거를 타고 일하러 갔다. 집에 와서는 컴퓨터를 한다거나 책을 봤다. 어미는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책만 읽는 아이에게 쓸데없이 말을 걸거나 부엌에 나가 덜커덩덜커덩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다다미에 누워 잠이나 잘 수밖에. 어떻게 그리 오랜 시간을 푹 잘 수 있었는지! 여독은 말끔히 풀렸다집에서야 남편 눈치 보지 않고 쓸데없는 말도 하고 잡소리도 내며 내 마음대로 행동했지만, 아들 집이라고 아이가 싫어하는 짓을 하지 않으려니 없는 듯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일가면 청소와 빨래를 하고는 햇볕에 앉아 차를 마셨다. 아이처럼 조용히. 침묵 명상을 했다. 머리가 맑아졌다.

오래전, 친정아버지와 함께 지척인 남자 동생 집에 가서 아버지가 한말이 생각났다. 
"내가 20년 전에 사준 이 집에 딱 두 번째 온다.” 
왜요, 가까운데 자주 오지 않고요?” 
서로가 불편한데 자주 오기는. 각자 있어야 할 자기 자리에 머물러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고, 성질은 지랄 같지만 그래도 내 낭군과 사는 것이 이렇게 편할 줄이야. 아들 집은 기웃거리지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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