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 로리(Lois Lowry)의 더 기버(The
giver), 한국에서는 ‘기억 전달자’로 번역된
책에서 보여주는 공동체가 자꾸 생각나는 까닭은? 지금까지 다녔던 여행지와는 전혀 다른 일본의 여러 도시와
시골을 둘러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까마귀들이 까욱 까욱 우는 호젓한 길에서는 신발을
벗고 피곤한 맨발로 걸었다. 작은 휴짓조각조차도 볼 수
없는 깨끗한 길가 맑은 개천에서는 오리가 졸졸 흐르는 물살을 탄다. 버스와 택시 자가용 등이 세차하고 방금 나온
것처럼 반지르르 윤이 났다. 이층집마다 비를 맞고 먼지가 쓸려나간 듯 정갈하다.
빈 병들은 깨끗이 씻어 색깔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류해서 버린다. 쓰레기 차가 지나가고 나면 동네 나이 많은 분이 기다렸다는 듯이
종종걸음 (기모노를 입고 걸었던 습관)으로 나와 뒷정리를 한다.
연못엔 기모노의 화려한 색채를 연상시키는 비단잉어가, 길거리엔 그들 전통복장에 종종걸음이지만
비단잉어처럼 여유작작이다. 뉴욕의 흔한 범죄 하고는 상관없는 나라다. 길거리에 떨어진 타인의 물건에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다는 아들 녀석의 감탄 아닌 감탄.
나처럼 눈과 몸집이 작은 사람이 일본인이라는 것은
착각이었다. 산에 나무 덤불이 울창하듯 머리숱이 많고 타 인종과 섞인 듯한 빼어난
인물에 건강한 모습들이다. 부인들은 조곤조곤 말을 하고 무색의 단정한 옷을 입고 자전거로 장을 보러 가거나
방과 후 자전거 앞뒤로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향한다. 자동차 경적과 엠블란스 소리는 듣지 못했다.
슈퍼마켓의 물건들은 윤이나게 청결하다. 아이스크림을 샀더니 ‘드라이아이스에
넣어줄까? 물었다. 그들의 친절함에 고개 숙이며 내 입에서도 쉴 새
없이 스미마셍 (실례합니다) 과 아리가또고자이마스 (감사합니다) 가 흘러나왔다.
절제된 삶 속에 조용하고 깨끗한, 빈틈없는 질서와 메너로 길든 일본인들의 삶을 보면서 예전에 읽은 책 ‘기억 전달자’ 책 속의 커뮤니티가 자꾸 생각난다. 책 속의 주인공
조나스는 통제를 받고 있다고 전혀 느끼지 못하는 고통과 슬픔이 없는 완벽한 공동체에 산다. 그러나 결국 그는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는 외롭고 험한 세상으로 탈출한다는 내용의 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에 쥐가 나는 듯 그 어떤 갑갑함에 조나스가 완벽한 공동체를 탈출하듯 거칠고 험한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왁자지껄하고 요란한 도시에 길든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