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4, 2015

까칠한 당신

까칠한 나는 잘 자다가도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 동틀 때까지 앉아있는다. 차도 마시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어둠이 걷히고 빌딩 숲을 뚫고 아침 해가 떠오르면 피곤한 몸을 누인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정이 있어야 하는 겨. 정이란 무엇인고 하니,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겨근디왜 고로코롬 정 없이 메마른 겨?” 
맞은편에 앉아 나에게 장황하게 불라 불라 하던 장면이 자다가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럼 본인은 정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근질거리는 내 입도 참지 못하고 까칠하게 물었다
, 내는 정이 무척 많은 사람이제.” 
아이고머니나, 받아 챙기는 정만 많으시면서.” 
남이 인정해야지 본인 입으로 자기는 정 많은 사람이다.’라니 이런 엉터리 자기 합리화가 또 어디 있는가!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지당한 말씀이지요. 훌륭한 생각입니다.’ 했겠지만, 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받기만 하는 사람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동안 받은 것이라도 인정한다면 인정도 정이라고 넘어갈 일이지만 받은 것은 나 몰라라 하면서.

자식에게도 제대로 해 주지 못한 부모가 더 바란다고 정이라는 무기를 들이대며 섭섭하다는 말을 남발하는 섭섭이들의 특징이다. 받으려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대우를 받으면 인간관계가 그러는 게 아니다. 사람이 왜 그리 정이 없느냐?’고 투덜거린다까칠한 나야 뭐 주지도 않을뿐더러 받는 것도 싫어한다. 무언가를 부탁하려는지 주고서는 반응이 없으면 섭섭하다는 소리를 해대기 때문이다. 부탁 잘하는 사람들의 마음속 밑바닥엔 자신의 시간과 금전을 아끼려는 심리가 깔려 있어 툭하면 부탁한다. 서너 번 들어주다 한번 거절하면 안면 몰수한다. 나는 오히려 앓든 이를 뽑아버린 듯 홀가분해서 좋다.

요즈음 세상에 정 하면 돈이다. 돈을 풀면 정이 많고 지갑을 닫으면 정이 없는, 돈의 액수에 따라 정의 크기도 달라진다. 끈적이며 질척거리는 섭섭함을 동반한 보다는 메너를 선호하며 쓸데없이 지갑을 열지 않는 나는 왜 사람이 정이 없는 겨?’라는 그의 말에 재빨리 동의했다. 그냥 정 없는 사람으로 섭섭이들과 엮이지 않고 단순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정 없는 까칠한 당신, 그대는 어젯밤 잠을 설쳐서 오늘 하루 꽤 피곤하겠소.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