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February 14, 2015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너 차례 안 지내니?” 
신정에 지냈잖아.” 
난 신정에 귀찮아서 안 지냈어. 구정에 지내려고
"혼도 헷갈리겠네. 신정 구정 왔다 갔다 하니.” 
헷갈리긴 그러면 혼도 아니지.” 
하기야 혼백도 시공을 건너뛰며 이민을 온다니까 알아서 잘 찾아오시겠지. 참 언니, 혼은 물을 건너지 못한데!”

나 이외의 신을 섬기지 마라.’는 교리에 따라 절하는 것을 꺼리는 교회 다니는 언니에게 
제사는 종교가 아니야. 그냥 조상숭배의 관습이지.” 
퓨전식으로 대충 지내는 주제에 언니에게 충고나 해대며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한다. 한 해에 여섯 번 조상 제사와 차례를 정성 들여 모시던 친정엄마가 아시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오시겠다.

어릴 적 보고 자란 것이라고는 제사 지내는 소꿉놀이를 할 정도로 시도때도없이 치루던 행사였다
"오늘 제사다. 일찍 들어와라. 내일 아침에 차례 지낸다. 일찍 자고 좋은 꿈 꿔야지."
아버지 말에 그 흔한 망년 파티 한번 가지 못했다. 일찍 자리에 누워 재미있게 놀고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짜증스런 날들이 많았다.

제사를 모셔야 하는 장남과의 결혼을 운 좋게 피해 둘째와 했지만, 불행히도 큰 형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작은 동서가 묵묵히 지내는 것이 안쓰러워 둘째인 내가 모셔 오긴 했다. 그러나 점점 꾀가 난다.

며느리 셋 다 시아버님 인품 보고 결혼했을 정도로 시아버지는 멋쟁이시고 젊잖으셨다. 아이들과 함께 음식 장만해 시아버지 제사를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려고 했다. 그러나 갈수록 하기싫다. 살아계신 시어머니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꾹 참고 지내야 하는데 왜 이리 상 차리기가 싫은지. 뜨거운 프라이팬에 지글거리며 녹는 버터 덩어리 모양 모국서 묻어온 전통의 밀도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엷어진다LA에 계신 시어머니도 오시지 않으니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 점점 줄어들다 상 크기도 작아졌다

나의 새해 결심이 하기 싫은 것은 하지 말자다.

제사 음식에 연연하는 남편에게 
제자가 죽음에 관해서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삶도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에 대해서 알겠는가?’라고 했다는데 그 말씀 뜻이 사후에 연연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라는 것 아니야? 나 이제부터 제사 지내지 않을레.” 
남편 대답이 없다
알았어? 안 지낸다~” 
여전히 대꾸가 없다.
아이고머니 나 네가 아무리 용을 쓰고 꾀를 부려도 그것만은 안된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째려보고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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