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차례 안 지내니?”
“신정에 지냈잖아.”
“난 신정에 귀찮아서 안 지냈어. 구정에 지내려고.
"혼도 헷갈리겠네. 신정 구정 왔다 갔다
하니.”
“헷갈리긴 그러면 혼도 아니지.”
“하기야 혼백도 시공을 건너뛰며
이민을 온다니까 알아서 잘 찾아오시겠지. 참 언니, 혼은 물을 건너지
못한데!”
‘나 이외의 신을 섬기지 마라.’는 교리에 따라 절하는 것을 꺼리는 교회 다니는 언니에게
“제사는 종교가 아니야. 그냥 조상숭배의
관습이지.”
퓨전식으로 대충 지내는 주제에 언니에게 충고나 해대며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한다.
한 해에 여섯 번 조상 제사와 차례를 정성 들여 모시던 친정엄마가 아시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오시겠다.
어릴 적 보고 자란 것이라고는 제사 지내는 소꿉놀이를
할 정도로 시도때도없이 치루던 행사였다.
"오늘 제사다.
일찍 들어와라. 내일 아침에 차례 지낸다. 일찍 자고 좋은 꿈 꿔야지."
아버지 말에 그 흔한 망년 파티 한번 가지 못했다. 일찍 자리에 누워
재미있게 놀고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짜증스런 날들이 많았다.
제사를 모셔야 하는 장남과의 결혼을 운 좋게 피해
둘째와 했지만, 불행히도 큰 형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작은 동서가 묵묵히 지내는
것이 안쓰러워 둘째인 내가 모셔 오긴 했다. 그러나 점점 꾀가 난다.
며느리 셋 다 시아버님 인품 보고 결혼했을 정도로 시아버지는 멋쟁이시고 젊잖으셨다. 아이들과 함께 음식 장만해 시아버지 제사를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려고 했다. 그러나 갈수록 하기싫다. 살아계신 시어머니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꾹 참고 지내야 하는데
왜 이리 상 차리기가 싫은지. 뜨거운 프라이팬에
지글거리며 녹는 버터 덩어리 모양 모국서 묻어온 전통의 밀도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엷어진다. LA에 계신 시어머니도 오시지 않으니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 점점 줄어들다 상 크기도 작아졌다.
나의 새해 결심이 ‘하기 싫은 것은 하지 말자다.
나의 새해 결심이 ‘하기 싫은 것은 하지 말자다.
제사
음식에 연연하는 남편에게
“제자가 죽음에 관해서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삶도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에 대해서 알겠는가?’라고 했다는데
그 말씀 뜻이 사후에 연연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라는 것 아니야? 나 이제부터 제사 지내지 않을레.”
남편 대답이 없다.
“알았어? 안 지낸다~”
여전히 대꾸가 없다.
아이고머니
나 ‘네가 아무리 용을 쓰고 꾀를 부려도 그것만은 안된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째려보고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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