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야 하는데요.”
“꽃이 왜 필요해. 네가 꽃인데 너처럼 예쁜 꽃을 어디서 사니? 걱정하지 마. 네가 온 것만으로도 무척 좋아할 거야”
우리 아이 졸업식에 가면서 아들의 걸프렌드 아이린과 주고받은 대화다.
아이린은 중국계로 아들과 중학교 때 함께 밴드부에
있었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멀리서도
반짝거리는 아이가 내 맘에 쏙 들어왔다. 초롱초롱한 눈매에 반듯한 아이를 보며 아들의 여자 친구가 되기를
바랬지만, 서로가 다른 고등학교와 대학을 가느라 멀어졌다.
가끔 페이스북으로 아이를 찾아보며 ‘아이린은 보이프렌드 있니?’ 물어보니
아쉽게도 있단다. 물론 우리 아이도 그동안 적지 않은 걸프렌드가 바뀌었다. 나의 간절한 바램이었는지 각자 사귀는 사람과 헤어지고 대학원에서 다시 만나 사귀게 될 줄이야!
아이의 성숙한 모습이 더욱 맘에 들었다. 예의 바르고 책임감도 강한 특히나 마음에 드는 것이 어릴 적 친구라는
것이다. 어디 하나 나무랄 때 없이 잘 자라 아들의 애인이 되었으니 굴러 들어온 넝쿨이 이리도 탐스러울 수가!
‘잘해줘라. 그만한 여자 없다.’며 잘 사귀는지
아닌지 아들의 의향을 슬쩍 떠보곤 한다.
“엄마, 아이린 엄마가 집에 초대했는데 가지 않았어요.”
“왜?”
“결혼 이야기 할까 봐요. 그랬더니 엄마와 언니가 일식집에서 보자고 해서 만났어요.”
"음, 중국인이 미래의 한국인 사윗감을 일식집에서 괜찮은 생각이지. 결혼 이야기 하던?”
“아니요 다행히 아이린 엄마가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그냥 쳐다보고 웃다가 밥만 먹고 왔어요.”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것도 이럴 때는 도움이 되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결혼하기 싫어?”
"엄마가 일찍 하지 말랬잖아요.”
“엄마 그 말 취소할게. 아이린이 결혼하자고 그러디?”
“아니요 아이린 엄마가 걱정을 해서.”
아들이 일찍 결혼해서 아이 낳고 가족 뒷바라지 하느라
애쓰다 지쳐 며느리와 불화가 생길 것이 두려워 ‘나이 들어 자리 잡고 결혼하라.’고 너무 강조했나 보다.
“결혼해도 좋을 것 같은데.
싫어?”
“그냥 일찍 결혼하기 싫고 아이린이 책임감이 너무 강해 늘 긴장해서 좀….
일일이 쓰는 돈을 기록하고 아껴서 약간 피곤해요.”
“어머 완전히 나하고 똑같네.
그거 좋은 거야. 할 일 제대로 하지 않고 돈이나 펑펑 쓰는 여자는 안돼.
너는 왜 그 좋은 버릇을 삐딱하게 생각하니.”
딸 가진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아들 가진 엄마가 나서서 뭔가를 해야 하는 건지? 내 맘에 든다고 강요했다가 살면서 싫다면 내가 데리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니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