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4, 2013

시간의 흔적

노트르담
 꼽추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뒷모습이 문을 나선다
.

하이.” 하며 반겼는데도 대꾸가 없다. 손으로 왼쪽 눈을 가리고 귀찮은 듯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잠깐 들었다가 도로 숙였다. 나를 쳐다본 것인지 아니면 벽을 향한 눈빛인지 없는 비웃는 듯한 굳은 얼굴로 대꾸도 없이 무거운 문을 밀었다.

영국 태생인 그녀는 달에 , 매월 1, 3시경 내가 사는 건물을 방문했다. 젊은 시절부터 살았던 그녀의 아파트 리즈를 잃지 않으려고 오랫동 건물에 살지도 않으면서 집세를 러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전깃불도 없는 아파트에서 한두 시간 머물다 바삐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

감옥에 있는 그녀의 아들이 찾아와 횡포를 부리며 괴롭히다 다시 감옥에 가는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아들을 피해 어딘가에 숨어 산단다. 본인보다 나이 많은 노인을 돌보며 입주 가정부를 한다는데 그곳이 어디인지는 아무 모른다.

어느 소셜워커가 찾아왔다. ‘그녀가 가정부 하기에는 늙고 병들어 돌아와야 같다.’ 그녀의 아파트 컨디션을 점검하러 . 여러 차례 소셜워커들이 들락거리며 이사 준비를 했지만, 온다던 그녀는 오지 않고 죽었다는 소식이 왔다.

주인 없는 아파트 문이 열리고 가구들이 건물 으로 실려 나갔다. 예상치 못한 고급 가구들이다. 훗날, 나이 들고 돈이 모이면 돌아와 편안히 여생을 보내려고 남의 가정부로 일하며 하나둘 사들인 듯했다.

그녀는 가고 달에 전깃불도 없는 아파트에 들어가 미래를 함께 꿈꿨던 가구들만이 덩그러니 남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네 수영장에서 만난 멕시칸 이웃이 있다. 좋은 길목에 나무로 지은 3층짜리 낡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건물에 세를 살다가 집주인이 나이가 들고 건물 관리가 힘들어지자 그녀에게 사라고 제의했다. 건물이 너무 낡아 것을 망설였다. 누군가가 인스펙션하는 사람을 불러 알아보라고 해서 물었더니 네가 건물보다 먼저 죽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사라.’ 했단다.

오랜 세월 애지중지 소유했던 것들은 남아 새 주인의 손길에 길들어져 갈 것이다. 우리는 단지 다음 주인을 위해 잠깐 맡아 관리하고 있을 뿐인 것을.

죽음은 멈추지 않고 하루하루 가까이 다가오는데 우리는 왜 그리 영원히 살 것처럼 소유에 집착하며 기를 쓰며 사는지 모르겠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