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싸웠니? 여자에게 상처 주면 안 된다.
여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기 전엔 네가 먼저 말하지 마.”
아들이 여자 친구와 사귀다 헤어질 때가 됐나 보다. 그런데 왜 전화를 받지 않는 아들이 야속하며 내 가슴이 이리도 쓰린 걸까?
커피잔을 들었다. 손이 떨려 커피를 쏟을 뻔했다. 간신히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놨다. 다시 커피잔을 들었으나 빨라진 심장 박동으로 손이 더욱 떨려 도저히 잔을 입에까지 가져갈 수가 없었다. 덜덜 떨리는 찻잔은 덜거덕 소리를 내며 찻잔 받침 위에 무사히 얹혀졌으나 그가 보고, 들은 듯했다.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찻잔에 그려진 꽃무늬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아들이 여자 친구와 사귀다 헤어질 때가 됐나 보다. 그런데 왜 전화를 받지 않는 아들이 야속하며 내 가슴이 이리도 쓰린 걸까?
‘어디서 봤더라?’
분명히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낯익은데.’
연세대학교 토플시험장에 들어가다 마주친 남자를 보며 흠칫 놀라 든
생각이다. 예리한 턱, 지적이며 무심한
눈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 그 남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첫눈에
반한 나의 이상형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흘끔흘끔 그를 쳐다보며 시간을 끌었다.
“시험 잘 보셨어요?”
그가
다가오는 게 아닌가. 나에게 말을 걸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놀라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웃기만 했다.
“어디로 유학 가세요?”
“뉴욕.”
“어디로?”
“시카고로.”
그도 내 눈길을 알아챘는지 대뜸
“차 한잔 하실래요?”
난 더욱 놀라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커피를 주문하는 그를 따라
나도
“커피.”
했다. 사실 난
커피를 마시면 맥박이 빨라지며 현기증이 오므로 즐기지 않았다.
커피잔을 들었다. 손이 떨려 커피를 쏟을 뻔했다. 간신히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놨다. 다시 커피잔을 들었으나 빨라진 심장 박동으로 손이 더욱 떨려 도저히 잔을 입에까지 가져갈 수가 없었다. 덜덜 떨리는 찻잔은 덜거덕 소리를 내며 찻잔 받침 위에 무사히 얹혀졌으나 그가 보고, 들은 듯했다.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찻잔에 그려진 꽃무늬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전화번호 주실 수 있나요?”
내가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그는 받아 적었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그가 일어섰다. 난 다리가 떨려 일어설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온 첫날, 신이 나서 오랜만에 방 청소를 하며 요란을 떨었다. 다음 날, 전화벨 소리에 귀를 곤두세우며 혹시 잘 되면 함께 유학을, 시카고에도 좋은 미술 대학이 있나 알아봤다. 셋째 날부터는 두문불출하며 전화기 옆을 서성댔다. 전화벨이 울렸다.
“너구나~”
친구 목소리에
실망하며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빨리 전화를 끊었다. 나흘째 되던 날,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며 전화기가 고장 났나를 확인했다. 다섯째 날, 혹시 내가 하도 당황해서 전화번호를 잘못 불러 준 것이 아닌가? 아니면 그 사람이 잘못
받아 적은 것은 아닌지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여섯째 날, 전화기를
드니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전화기가 정말 고장이 난 것이다. 아버지를
닦달해서 전화기를 고치고 나니 그 남자를 만난 후 구 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 남자는 분명히 칠 일째 되는 날 전화를 했을 거야.
아니야. 꼭 한다고 했는데. 아니.’
이불을 뒤집어쓰고 오만 잡생각을 했다. 잠이 들었는가 하면 잔 것 같기도 하고 깨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한 몽롱한 상태에서 멀리서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전화 왔어?”
“전화 왔어?”
“아니.”
"분명히 전화벨 소리가 났는데!"
나는 애타게
전화를 기다리며 며칠 끼니를 걸렀다. 이불을 걷고 내가 있나 없나 확인할 정도로 이불 속에서 지푸라기처럼
말라갔다.
“왜 그러는데? 너 실연 당했냐? 말해봐. 이러다 애 잡겠다.
일어나~.”
아무 말 못 하고 엉엉 소리 내어 울기만 했다.
“어떤 놈이 우리 귀한 딸을 나무에 오르라더니 오르고 나니 나무를 흔들어
떨어뜨려 놔! 머리 꼴이 이게 뭐니. 이대 앞에 가서 머리도 하고 옷도
사 입고 놀다 와라.”
“머리 어떻게 할까요?”
“마이클 잭슨처럼 해 주세요.”
70년대 후반 뽀글뽀글한 아프로 스타일 말이다.
그것이 나를 최대로 학대하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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