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December 17, 2009

남녀칠세부동석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 이 아직도 기억 언저리에 남아 있는 부모의 마음은 마치 지네 먹은 닭 모양 아니었을까.

어느 날 우리 부부처럼 사내아이만을 친구 집에서 저녁을 했다. 우리의 대화는 대학 다니는 아들 때문에 겪었던 곤혹스러운 이야기가 슬슬 나오며 
자연히 아이들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

친구네 아들이 같은 대학교 여자아이를 집에 데려왔단다. 밤이 깊어져 이제나저제나 가려나 기다리는데 여자 친구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더란다. 말리지도 못한 부부가 멍청히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다는 이야기다.

머리가 커서  우리 1세들의 고민이다. 글쎄 아직 나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말리자니 아들과 싸워야 하고, 그대로 두자니 자식 교육에 문제가 있는 같고. 어찌 자식을 키워야 키우는 것인지 헷갈린다.

첫째 애 아니고 둘째가 먼저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왔다
엄마, 웬디 어때?”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묻는다
여자 친구니?” 
. 싫어요?”
벌써 여자 친구가 됐다는 데는 말이 없다
명랑하고 밝은 아이 같구나보다 나이가 많지?" 
두 살 많아요.” 
머리가 부스스하고 얼굴이 약간 검은 것이 히스패닉이다.
“히스패닉인 괜찮아요? 엄마는 코리안 좋지요?” 
“히스패닉이고, 화이트이고, 코리안이고 간에 스마트해야 돼.” 
“매우 똑똑해요, 게이츠 장학금을 박사 학위까지 받는데요.”

웬디는 에콰도르의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났다. 2 아버지를 여의고 외삼촌 밑에서 자라다 여덟 살에 재혼해서 떠난 엄마 찾아 삼만리, 미국에 왔단다. 엄마는 시계조립 공장에 다닌단다. 아이는 밝고 긍정적이며 예의도 바르다. 주중엔 학교 다니며 주말엔 할렘에서 불우 아동을 가르치느라 정신없이 바쁘단다.

웬디는 바쁜데 우리 아이는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
웬디 만나?”
 “웬디는 매일 바빠요, 이번에 치는 시험을  90 이상 받아야 만나준대요.” 
그러면 공부나 하지 자빠져 누워 있니? 그러다 웬디에게 차이겠다사귀는 좋은 데 독립하기 전에 낳아 데려오면 고아원에 보낼 거야. 알아서 처신해!” 
엄마가 키웠어요? 잘못 키웠어요?” 
잘 키웠다. 그런데 ?” 
그러면 걱정하지 마세요.” 
할 말을 잃었다.

LA 계시는 시어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주위에 흑인과 결혼해 자식 낳아 살고 있는 딸에 대한 원망과 한탄을 하는 분이 있단다
"짝을 찾지 못하고 살아가는 많은 자식 때문에 속 썩이는 것보다는 흑인이면 어떠냐? 둘이 좋아 살면 됐지.” 
팔순의 시어머니 말씀에 놀란 적이 있었다.

차피 고국을 떠나 이국땅에 살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후손이 타 인종과 섞일 것이다. 빨리 섞이느냐, 늦게 섞이느냐의 차이뿐이다. 어차피 섞일 자손이라면 아이에게 상처를 주면서 뜯어말릴 일이 있을까.

부모 밑의 좋은 환경에서 자랐어도 불평불만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아이 보다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지금의 환경에 감사할 알며 행복해하는 아이가 우리 아이의 걸프랜이길 바랐는데
웬디의 뽀글뽀글한 머리도 귀엽고 피부색도 선탠이 된 듯 매력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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