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가방을 둘러맨 그는 귀에는 이어폰을, 한 손에는 셀폰을, 다른 한 손에는 커피 컵을 그리고 입에는 담배를 물고 있다. 털모자에 스카프 그리고 장갑까지나.
“뭐가 저리도 몸에 붙은 게 많은 거야?”
옆에 걷던 남편이 한마디 한다. 그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추운 날씨라 옷도 여러 겹 끼어 입었다. 얼굴만 공간이 있는 듯 훤해 보인다 싶은데 검은 테 안경을 끼었고 입술에는 피어싱까지.
“옛날 우리가 자랄 때는 저런 것 없어도 살았잖아. 세상이 어찌 되려고 저리도 달고 다니는 게 많은지. 저거 다 필요한 거야?”
“옛날 우리가 자랄 때는 저런 것 없어도 살았잖아. 세상이 어찌 되려고 저리도 달고 다니는 게 많은지. 저거 다 필요한 거야?”
남편은 혀를 찬다.
“남 이야기 하듯 하네,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예요.”
어쩌다 아이들 방엘 들어가면 컴퓨터 책상 주위에 뭔 잡동사니가 그리도 많은지.
어쩌다 아이들 방엘 들어가면 컴퓨터 책상 주위에 뭔 잡동사니가 그리도 많은지.
“이거 다 뭐야? 필요한 거야?”
만지면 질색한다. 다 필요하고 중요한 거란다. 책상 위에는 책만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과는 다르다. 옷장에도 옷이, 신발장에도 신발이 종류대로 많고 운동 기구도 악기도 상당수다.
사 달라는 것도 뭐 그리 다양한지.
“그거, 네 책상 위에서 봤는데.”
“엄마, 그건 사려는 것과 달라요.”
“다르긴 뭐가 달라, 그냥 써!”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사지 말라고만 해.”
“꼭 필요한 거야?”
물어본 내가 한심하다.
홈 디포에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다. 뒤늦게 돌아온 남편에게
홈 디포에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다. 뒤늦게 돌아온 남편에게
“누구 만났어? 왜 이렇게 늦게 와요?”
“만나길 누굴 만나 물건 종류가 하도 다양해 일일이 찾는 물건을 비교하며 내용물을 읽다가 하루가 다 갔네. 읽어도 뭐가 뭔지 알아야지.”
남편은 피곤하다며 소파에 누워 버린다.
동네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나도 다양한 종류에 압도당한다. 선반 위에 빈틈없이 채워진 수천수만 가지 중 내가 사는 것은 과연 몇 개나 되려나. 이 다양한 상품들이 다양한 인종들의 입맛과 취향에 맞게 소비된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어디를 가나 뭐가 많다. 나이 들면서 기억력이 상실됐는지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자주 잃어버린다. 특히 방문, 냉장고 문 그리고 차 문을 열 때마다 하려고 했던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
지난여름엔 아끼던 신발도 잃어버렸다. 신발을 벗고 차 문을 열고 차를 타고 떠났으니. 다시 문들을 열기 전의 행동으로 돌아가서 재현하면 그제야 생각난다. 반복 행동으로 기억을 되찾아 헤매는 것이 번거로운 세상의 우리네 모습이다.
동네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나도 다양한 종류에 압도당한다. 선반 위에 빈틈없이 채워진 수천수만 가지 중 내가 사는 것은 과연 몇 개나 되려나. 이 다양한 상품들이 다양한 인종들의 입맛과 취향에 맞게 소비된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어디를 가나 뭐가 많다. 나이 들면서 기억력이 상실됐는지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자주 잃어버린다. 특히 방문, 냉장고 문 그리고 차 문을 열 때마다 하려고 했던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
지난여름엔 아끼던 신발도 잃어버렸다. 신발을 벗고 차 문을 열고 차를 타고 떠났으니. 다시 문들을 열기 전의 행동으로 돌아가서 재현하면 그제야 생각난다. 반복 행동으로 기억을 되찾아 헤매는 것이 번거로운 세상의 우리네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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