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26, 2009

드라마 같은 인생

엄마, 한국 드라마 ‘Autumn Leaves’ 알아요? 그거 보고 싶어. 우리 클래스에 차이니스 걸이 엄마랑 함께 '가을 동화' 보다가 실컷 울었데, 너무 재미있데. 우리도 봐요.” 
큰아이가 말했다.

일본 북해도에 한 달가량 있던 작은아이가 
엄마, 욘사마 알아요.” 
?”
일본 아줌마들이 내가 한국 사람인  알고 ‘We love 욘사마’ 하며 난리였어. 욘사마가 누구야?”

퀸스 서니사이드 도서관에 갔다. 한국 드라마 DVD 많다. 아이들에게 한국말도 가르칠 빌려 왔다. 보고 나니 머리가 너무 아팠다. 우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는 것이 창피해 참았던 탓이다.

엄마 한국에 사는 사람들 밥상엔 반찬이 저렇게 많아요?” 
드라마  상차림을 보고 아이들은 군침을 삼키면서 김치와 반찬 한 가지를 더해 먹는 우리 집 저녁상과 다르다며 의아해했.
드라마라서 그런 거야” 
우리도 저렇게 있는 것 많이 해 먹으면 안 돼요?” 
안돼.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아." 
이가 반찬을 보고 푸념하는 동안, 나는 나대로 신세타령했다드라마  화가는 미국 유학 갔다 돌아와 교수가 된다. 성공해서 그림 같은 스튜디오에서 멋지게 산다. 드라마니까’ 하며 위로하다가도 우울해졌다. 나도 유학파지만, 드라마 속의 삶과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한인이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식구는 건너 불 보듯 재미가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저리 난리들인가 했다. 한번 보기 시작하니 너무너무 재미있다. 처음엔 아이들 한국어 가르친다며 빌려봤다. 아이들은 조금 보더니, 흥미를 잃고 생각도 않는다. 우리 부부는 잠을 설치며 새벽까지 며칠 동안 봤다뜩이나 나온 광대뼈가 드라마에 미쳐 며칠 잠을 설쳤더니 튀어나왔다. 남편은 나의 초췌해진 모습을 보고 섬뜩했던지 
중독이야. 중독, 안 되겠어. 더는 빌려 오지 마."
소릴 질렀다.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여류 화가와 비교되는 나를 남편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그만 보고 스튜디오에 가서 그림이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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