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12, 2009

7 트레인의 드라마

한인이 많이 사는 플러싱으로 가는 7트레인을 탔다. 화장을 곱게 하고, 명품 가방 든, 그리고 높은 통굽을 신고 있다면 십중팔구 한인이다손잡이를 잡고 하염없이 밖을 내다보다 트레인  한인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내가 한국에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어쩌다 내가 먼 곳까지 와서 떠나온 고국을 못잊어 하는 것일까!'

결혼하기 전 퀸스 엘머스트에 있는 자매가 사는 아파트의  한 칸
에서   동안 살았다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가 도서실에 들러 늦게 돌아오는 바쁜 생활을 하느라  자매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 동생은 성격이 활달한 싱글이다. 언니는 조용하고, 얌전한 이혼한 싱글이다는 정도만 알뿐이다.

하늘이 붉게 물드는 어느 초저녁, 그 언니와 함께 7트레인을 타고 맨해튼에 기회가 있었다. 달리는 트레인 안에서 붉게 물든 하늘을 쳐다보는 언니의 모습은 몹시나 슬펐다. 금방이라도 같은 표정이었다. 
언니 괜찮아요?” 
물었다. 언니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았다
아이가 보고 싶어아이도 이렇게 석양이 지는 저녁엔 나를 찾을까?” 
언니 있어요?” 
달을 함께 살아도 말이 없던 언니는 입을 열었다웨이트리스를 하며 남편 박사 학위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박사 학위를 받은 남편은 함께 공부하던 여자와 눈이 맞아 이혼을 요구했고 딸을 데려갔단다.
몸에서 냄새나지?”
무슨 냄새요?”
식당에서 오랫동안 일하니까 몸에 냄새가 배서 아무리 목욕을 해도 빠지지 않아. 전남편이 음식 냄새 나는 내가 싫데.”
을 지는 하늘을 쳐다보는 언니의 슬픈 얼굴을 보며 나도 눈시울을 적셨. 작고, 가냘픈 여자가 몸에 냄새가 배여 빠지지 않을 정도로 희생해 뒷바라지한 남편에게 배신을 당했다. 게다가 아이까지 잃고 평생을 울며 살아야 하는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게 싫었다. 그런 상처를 주고서도 남편은 박사학위 받은 여자와 행복하게 있는 세상이 무서웠다

학교 공부 집어치우고 결혼해서 남편 뒷바라지하지 마. 나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이렇게 잠깐씩 스치는 뼈아픈 말들이 살면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

7트레인은 오늘도 힘든 이민자들의 가지가지 애환을 싣고 이리 꿈틀 저리 꿈틀 흔들리며 간다. 휘어져 가는 트레인의 모습을 보면 가슴은 해지며 눈물이 고인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한인의 슬프고 기쁜 사연을 실어나르느라고 저리도 꿈틀거리며 바삐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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