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6, 2026

현재라는 선물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누군가의 이 질문이 문득 나의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오직 현재만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억해야 과거가 있고, 기대해야 미래가 있고, 지각해야 현재가 있다”라는 말처럼, 저 역시 ‘과거는 history, 현재는 present, 미래는 mystery’라는 경구를 굳게 믿어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과거도 미래도 결국 좋아질 것이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강력한 믿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미리 걱정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이니까요.

누군가와 어느 날부터 연락이 끊기면 관계는 자연스레 멀어지며 과거의 한 시절 인연으로 남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연락을 해오면 그 인연은 다시 이어져 현재 진행형이 됩니다. 하지만 그 만남이 미래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기에, 굳이 앞선 기대를 얹어 두지는 않습니다.

사람들과 문제가 생겨도 감정싸움을 하기보다 조용히 관계를 매듭짓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과거의 인연에 연연하거나 후회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질 때면 늘 속으로 ‘오늘이 마지막 날일지도 몰라’ 하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만남일지 모른다는 애틋함은 헤어짐의 아쉬움에 머물기보다, 도리어 그 순간을 온전하고 충실하게 즐기도록 도와줍니다. 물론 헤어진 후 그들이 내게 다시 연락해 오기를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현재에만 집중하는 이러한 습관은 중앙일보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더 깊어진 듯합니다. 어느덧 이 빈 지면을 채워온 지도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글을 쓰기 전만 해도 제 안에는 씁쓸하고 서글픈 과거의 기억들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문 지면에 시시콜콜한 일상의 파편들을 다 쏟아내고 나자, 머릿속이 말끔히 비워졌습니다. 더는 과거에 대한 미련도, 후회도, 아쉬움도 지우개로 지워낸 것처럼 사라졌습니다.

과거는 그렇게 흘려보내고(let go),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기대 대신 설렘을 남겨둡니다. 새벽을 깨우는 닭 울음소리에 눈을 뜨는 매일 아침, 다가올 운명 역시 늘 선한 얼굴로 저를 찾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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