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1, 2022

튀길까, 말까?

 요즘 세상에 집 문을 활짝 열고 사람 부르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동안도 여러 번 초대한 친구가 오는 9월에 또 지인들을 초대했다. 매우 고맙다. 함께 늙어가는 처지에 친구만 애쓰는 것이 미안해서 음식을 해 가기로 했다. 

 지난번 초대했을 때, 남들이 해온 음식은 접시 바닥이 드러나게 사라졌다. 아쉽게도 내가 가져간 음식은 귀퉁이만 조금 떨어져 나가고 남아있었다. 이번엔 그나마 내가 잘하는 새우튀김을 해가려고 한다. 

 새우튀김을 초대받을 때마다 해가고 싶었다. 그러나 날짜가 다가오면 슬슬 마음이 변했다. 입고 갈 옷에 기름 냄새가 밸까 봐. 튀기는 기름 열로 화덕에 들어갔다가 나온 몰골로 가기 싫어서. 튀길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만. 

 나는 새우튀김을 친정아버지로부터 배웠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유학할 때, 아르바이트로 호텔에서 일했다. 접시닦이로 시작해서 음식을 만들다가 케이터링을 하면서 미국 사람들의 음식 취향을 눈여겨 볼 수 있었단다. 

 6.25전쟁 중 해운대로 피난 가서는 미팔군 옆에서 새우튀김과 감자튀김을 만들어 G.I.에게 팔았다. 그들이 먹고 돈 대신에 PX 물품을 주면 국제 시장에 내다 팔아서 돈을 벌어 해운대에 집도 사셨다. 

 서울로 올라와서는 명동에 경양식집을 열어 돈 담아 놓은 미군용 부댓자루 하나가 없어져도 모를 정도로 돈을 왕창 벌었단다. 그러나 콜레라가 번지면서 주 고객이었던 미군의 외출이 차단되어 식당문을 닫았다고 하셨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음식을 만들던 장면이 떠오른다. 다듬고 난 후 버리는 야채를 깨끗이 씻어 야채수프를 끓이면서 케첩과 마요네즈를 만드셨다. 아버지는 옆에서 기웃거리는 나에게 밀가루를 볶으라고 하셨다. 밀가루가 노릇노릇해지면 머나먼 나라에서 온 귀한 향료라며 요술 항아리에서 꺼내듯 황색 가루를 넣고 더 짙은 색이 날 때까지 볶으라고 했다. 카레 가루를 만드신 거다. 

 남대문시장에서 싱싱한 새우를 사다가 꼬리 껍질만 남기고 벗기셨다. 이쑤시개를 새우 등 중간 부분 가장자리에 쑤셔서 넣고 위로 당기면 똥이 주르르 따라 나온다. 새우등을 반으로 가르면 내 손바닥만 해진다. 새우튀김 할 때 온도가 떨어지면 새우가 오그라든다고 온도조절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신혼 초, 맨해튼 그랜드 스트릿 창고에 살 때 아버지는 차이나타운을 둘러보시고 새우를 사시더니 말씀하셨다. “친구들을 다 불러라. 실컷 먹이게. 야채수프에 샐러드와 새우튀김이면 최고지.” 

 친구야, 가뜩이나 음식 못하는 내가 그동안 맛없는 음식만 해서 가져가 미안해. 이번엔 정말 새우튀김 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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