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29, 2022

납량특집을 보다

‘일요일마다 우리도 서울에 사는 여왕봉 친구처럼 맨해튼을 싸질러 다니자고.’라는 남편의 말에 발동이 걸려 쏘다녔다. 

첫 번째 맨해튼 순례는 1번 지하철을 타고 다운타운 프랭클린 스트릿에서 내려 허드슨 강가로 갔다. Tribeca Hudson River Park에 위치한 Pier 26을 둘러보고 일식당에서 나는 돼지고기 남편은 새우 돈부리(덥밥)를 맛있게 먹었다.

베터리 파크를 기웃거리며 스테이튼 아일랜드 배 타는 곳까지 걸었다. 더운 열기를 식힐 겸 배를 타고 왕복하려고 했지만, 제시간에 오지 않아 집으로 왔다. 즐거운 나들이였다. 

두 번째 나들이에서는 삐꺽거렸다. 맨해튼 14가에서 내려 허드슨강가에 있는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 at pier 55)를 둘러봤다. 그 옆에 있는 하이라인을 걸어 허드슨 야드로 향했다. 바셀(Vessel)에 가니 바셀 조형물에서 뛰어내린 네 번째 자살 사망 후 폐쇄되었다. 그 뒤쪽 비치 의자에 앉아 커다란 스크린으로 테니스 경기와 여자 축구를 봤다. 점심은 K타운에서 먹는 것으로 합의했다. 

32가 한식당에 들어갔다. 화장실 옆자리로 안내되었다. 암모니아 냄새가 솔솔 나는 것 같았다. 식욕이 떨어졌다. 내가 젊잖게 웨이트리스에게 자리가 불편하니 옮겨달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왔다. 납량특집에 머리를 풀어 헤친 귀신이 노려보는 듯한 흰자위가 가득한 눈알로 째려봤다. ‘조용히 앉아서 처먹기나 해.’하는 오싹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마디 했다가는 부엌으로 달려가 칼이라도 들고나올 것 같은 눈빛이다.

내가 뭘 잘못 봤나? 한두 번 째려본 솜씨가 아닌 것이 습관인가? 갑자기 일어난 상황이 의아해서 남편을 쳐다봤다. 남편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굳어있다. 한동안 노려보던 납량특집 주인공은 우리가 시선을 돌리고 아무 반응을 하지 않자 부엌으로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밥상 모서리를 매만지며 나갈까? 말까? 생각 중 주인인지 나이 든 여자가 다가와 자리를 바꿔주며 친절을 베풀었다.

밥맛이 없다. 묵묵히 먹던 남편이 
“눈알 봤지. 살다가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은 처음이야.” 

“그냥 냅둬. 자기 눈깔로 째려보겠다는데 어쩔 거야. 일하기 귀찮아서 그런 눈알로 스트레스 푸나 본데 그래봤자 지 인생 지가 뒤트는 거지. 건드리기만 하면 싸울 태세로 이판사판 사는 꼬인 사람들 많잖아. 우리가 왜 돈 주고 저런 인간의 꼬인 삶에 휘말려야 하는데. 자리 옮겨 앉았으면 된 거예요.


집에 오기 전, 문 열린 성당에 들어갔다. 남편은 늘 성당 밖에서 기다려준다.
‘주여, 무더위에 납량특집 주인공과 갑자기 맞닥뜨려 약간의 마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튼튼한 두 다리로 남편과 사이좋게 맨해튼을 쏘다니다 무사히 귀가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Watch a horror special

My husband said "Let's roam around Manhattan like a friend of Queen Bee living  in Seoul every Sunday."

The first Manhattan pilgrimage was to take the 1 subway and get off at Franklin Street. Walked to the Hudson River. After looking around Pier 26, located in Tribeca Hudson River Park, I ate pork and the husband ate shrimp donburi at a Japanese restaurant. We walked all the way to the Staten Island ferry, snooping around the battery park. I tried to go back and forth by ferry to cool off the heat, but I came home because the ferry didn't come on time. It was a pleasant outing.

On the second outing, it creaked. We got off at 14th Street in Manhattan and toured Little Island at pier 55 on the Hudson River. Walked the High Line next to it and headed to Hudson Yards. We went to Vessel, it was closed after the fourth suicide death of jumping from a sculpture of Vessel. We sat on the beach chair behind the Vessel and watched tennis matches and women's soccer on the big screen. We agreed to eat lunch in K-town.

We entered a Korean restaurant. I was shown to a seat next to the bathroom. It smelled like ammonia. I have lost my appetite. I asked the waitress to move us because my seat was uncomfortable. However, an unexpected reaction came. As if in a horror special, she glared at us with eyes full of white as if a ghost who had loosened her hair was staring. It creates a chilling atmosphere that says, 'Sit quietly and eat.' If we say a word, she run to the kitchen and looks like she will come out with a knife.

What did I see wrong? Is it a habit that isn't a skill she has glared at once or twice? I looked at my husband because I was curious about the sudden situation. My husband is also stiff with a stunned look on his face. When we looked away and didn't respond, the heroine of the horror special, who had been staring at us for a while, disappeared into the kitchen and did not appear. I was thinking whether to go out or not. Then an older woman came and changed our seat and showed her kindness.

I have lost my appetite. The husband, who was eating silently, said
"Did you see the waitress's eyeballs? I've never seen anyone look at me with those eyes.”

"Just let it go. What are we going to do if she wants to glare at us with her own eyes? It doesn't matter to us. She tries to relieve stress with those eyes, but if she keeps doing such a habit, her life would be ruined. There are a lot of people who try to fight whenever they get a chance. Why do we have to pay money to get involved in such a twisted life? 

Before coming home, I entered an open cathedral. My husband always waits outside the cathedral.
'Lord, there was a little friction in the heat of the day when I suddenly ran into the heroine of the horror special. But I am grateful that I was able to go home safely after roaming Manhattan with two strong legs.’

Friday, July 15, 2022

여왕봉 여사

‘어쩌다가 내가 그 애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친구가 될 수 없는 각각의 처지였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반에서 중간축에 들었는데 그 애는 항상 전교 탑이었다. 특히나 수학을 잘했다. 나는 수학 숙제를 하지 않아 선생님에게 야단맞는 꿈을 요즘도 종종 꿀 정도로 수학을 못 했다. 

 그 애가 기차로 안양에서 등하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팔랑귀가 솔깃한 것이 시작이었다. 기차 차장 밖을 내다보는 흰 카라의 청색 교복을 입은 단정한 소녀를 상상하다가 나도 기차로 등하교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기차를 놓칠까 봐 부지런히 하교하던 그 애와 학교에서 떠들고 놀았던 기억도 별로 없다. 그런데 어쩌다가? 여고 시절 그 애의 엄마가 돌아가시자마자 곧바로 아버지가 숨겨 놓은 것을 꺼내기라도 한 듯 참한 아줌마와 재혼했다. 채 마르지도 않은 그 애의 엄마 무덤 앞에서 우리는 함께 서럽게 울었다. 나도 엄마가 늘 아파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다. 아마 같은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서로의 입장이 같아서였나보다. 

 남편에게 말했다. 
“작년 여름 우리 기차 타고 내리고 싶은 기차역에 내려서 7마일 정도 걸었을 때 빠진 뱃살이 도로 부풀었어. 줌바를 추면 그나마 줄기는 하는데 추고 나면 허리와 무릎이 아파. 내 여왕봉 친구 알지? 그 애는 남편과 함께 서울 시내를 샅샅이 걸어 다니며 둘러본다네. 뱃살이 붙어있을 틈이 없데. 멋지지 않아?” 

 오래전 여왕봉 친구가 LA에서 몇 년 살다 서울로 돌아간 적이 있다. 내가 LA를 방문했을 때 그 애를 여왕봉 다방에서 만났다. 남편은 나를 차로 다방까지 데려다주고 1시간 후에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1시간이 10분으로 여겨질 정도로 후다닥 날아갔다. 이야기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남편이 다방 문 앞에서 시간을 보라는 듯 손목에다 검지 손가락질하며 나오라고 했다. 

 “1시간만 더 있으면 안 될까? 이야기 시작도 아직 못했는데. 제발 봐줘요.” 
사정하고 돌아와 궁둥이를 붙이고 못다 한 이야기를 하려는 중 남편의 인상 쓴 큰 얼굴이 다시 다방 문 앞에 나타났다. 또 손목에 검지 손가락질하며 성질부렸다. 
“뭔 수다를 2시간씩이나 떨어. 주차장을 찾지 못해 주위를 몇 바퀴나 돈줄 알아.” 
가뜩이나 목청이 큰 남편의 꽥 지르는 소리에 친구는 놀라 당황한 얼굴로 그만 헤어지자고 했다. 그런 연유로 그녀를 여왕봉여사라고 남편이 부른다. 친구는 그 이후 내가 다혈질 남편과 헤어지지 않고 사는 것이 신기하다는 듯 놀린다. 

 남편이 성질내며 추한 꼴로 죽 갔다면 참다가 싫으면 싹 돌아서는 나는 끝장을 봤을 것이다. 다행히도 남편은 ‘변해야 산다. 마누라 말 들었더니 자다가 떡이 생겼네’라며 못된 성질 누그러뜨렸다. 
“내가 마누라 뱃살 책임지고 빼 줄게. 우리도 일요일마다 여왕봉 여사처럼 맨해튼을 싸질러 다니자고.”

A Madam Queen Bee

 ‘How could I possibly be friends with her?’ 
It was each situation that could not be a friend. When I was in middle and high school, my grades were in the middle of the class, and she was always at the top of the grade. Especially, she was good at math. I was so bad at math and I didn't do homework well, so I often dream of being scolded by my teacher these days. 

 When I heard that she was going to and from school from Anyang by train, my ears got tempted. I imagined a neat girl in a blue school uniform with a white-collar looking out of the train widow. I also wanted to go to school by train. 

 I don't remember much of talking and playing with her at school, who diligently left school for fear of missing the train. But how we became friend? As soon as her mother died in we high school days, her father immediately remarried a woman, as if he had taken out what he had hidden. We wept together in front of her mother's grave, which was not yet dry. My mother is always sick too, and my father cheated on my mother. Perhaps it was because we were in the same position as we sailed the open sea on the same boat. 

 I told my husband. 
“Last summer, when we got off the train at the train station we wanted to get off and walked about 7 miles, the belly fat that I had lost swelled up again. When I dance Zumba, the belly fat shrinks but after dancing my back and knees hurt. You know my queen bee friend, right? She's looking around while walking in Seoul with her husband. She doesn't get belly fat. Isn't it cool?" 

 A long time ago, a friend Queen Bee lived in LA for several years and returned to Seoul. When I visited LA, we met at Queen Bee Cafe. My husband drove me to the coffee shop and said he would pick me up in an hour. However, the hour flew so fast that it was considered 10 minutes. I don't think we even started talking, but my husband pointed his index finger at his wrist as if to check the time in front of the coffee shop door and asked me to come out. 
"Can't we stay for another hour? We haven't even started talking yet. Please cut me some slack." 

 After pleading with him, I came back and attached my buttocks, and we were chatting, my husband's big face with the impression of anger appeared in front of the cafe door again. He again pointed his index finger at his wrist and frowned. 
"What are you chatting about for two hours? I can't find the parking lot, so do you know how many times I've gone around." 
At the sound of my husband's screaming voice, the friend was surprised and asked me to stop breaking up. That's why she's called the Queen's Bee. The friend then makes fun of me as if it is strange for me to live without breaking up with my hot-tempered husband. 

 If my husband had lived with such a bad temper until now, I would not be able to stand it and our marriage would have ended. Fortunately, the husband 'has to change to live. When I listened to my wife, I got rice cake while sleeping,' he said, And then he killed his temper. 
“I will take responsibility for my wife’s belly fat and lose it. “Let’s walk around Manhattan like Madame Queen Bee every Sunday.”

Friday, July 1, 2022

튀길까, 말까?

 요즘 세상에 집 문을 활짝 열고 사람 부르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동안도 여러 번 초대한 친구가 오는 9월에 또 지인들을 초대했다. 매우 고맙다. 함께 늙어가는 처지에 친구만 애쓰는 것이 미안해서 음식을 해 가기로 했다. 

 지난번 초대했을 때, 남들이 해온 음식은 접시 바닥이 드러나게 사라졌다. 아쉽게도 내가 가져간 음식은 귀퉁이만 조금 떨어져 나가고 남아있었다. 이번엔 그나마 내가 잘하는 새우튀김을 해가려고 한다. 

 새우튀김을 초대받을 때마다 해가고 싶었다. 그러나 날짜가 다가오면 슬슬 마음이 변했다. 입고 갈 옷에 기름 냄새가 밸까 봐. 튀기는 기름 열로 화덕에 들어갔다가 나온 몰골로 가기 싫어서. 튀길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만. 

 나는 새우튀김을 친정아버지로부터 배웠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유학할 때, 아르바이트로 호텔에서 일했다. 접시닦이로 시작해서 음식을 만들다가 케이터링을 하면서 미국 사람들의 음식 취향을 눈여겨 볼 수 있었단다. 

 6.25전쟁 중 해운대로 피난 가서는 미팔군 옆에서 새우튀김과 감자튀김을 만들어 G.I.에게 팔았다. 그들이 먹고 돈 대신에 PX 물품을 주면 국제 시장에 내다 팔아서 돈을 벌어 해운대에 집도 사셨다. 

 서울로 올라와서는 명동에 경양식집을 열어 돈 담아 놓은 미군용 부댓자루 하나가 없어져도 모를 정도로 돈을 왕창 벌었단다. 그러나 콜레라가 번지면서 주 고객이었던 미군의 외출이 차단되어 식당문을 닫았다고 하셨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음식을 만들던 장면이 떠오른다. 다듬고 난 후 버리는 야채를 깨끗이 씻어 야채수프를 끓이면서 케첩과 마요네즈를 만드셨다. 아버지는 옆에서 기웃거리는 나에게 밀가루를 볶으라고 하셨다. 밀가루가 노릇노릇해지면 머나먼 나라에서 온 귀한 향료라며 요술 항아리에서 꺼내듯 황색 가루를 넣고 더 짙은 색이 날 때까지 볶으라고 했다. 카레 가루를 만드신 거다. 

 남대문시장에서 싱싱한 새우를 사다가 꼬리 껍질만 남기고 벗기셨다. 이쑤시개를 새우 등 중간 부분 가장자리에 쑤셔서 넣고 위로 당기면 똥이 주르르 따라 나온다. 새우등을 반으로 가르면 내 손바닥만 해진다. 새우튀김 할 때 온도가 떨어지면 새우가 오그라든다고 온도조절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신혼 초, 맨해튼 그랜드 스트릿 창고에 살 때 아버지는 차이나타운을 둘러보시고 새우를 사시더니 말씀하셨다. “친구들을 다 불러라. 실컷 먹이게. 야채수프에 샐러드와 새우튀김이면 최고지.” 

 친구야, 가뜩이나 음식 못하는 내가 그동안 맛없는 음식만 해서 가져가 미안해. 이번엔 정말 새우튀김 해갈게.

Fried or not?

 It may not be easy to open the door of the house and invite people these days, but a friend who has invited several times in the meantime invited acquaintances again in coming September. thank her very much. I'm sorry that only she is struggling in the situation of growing old together, so I decided to cook. 

 When she invited friends last time, the food that others had brought disappeared to reveal the bottom of the plate. Unfortunately, the food I took was left with only a few corners torn off. This time, I'm going to make fried shrimp, which I'm good at. 

 I wanted to make fried shrimp whenever she invited me. However, as the date approached, I slowly changed my mind. I'm afraid the clothes I'm going to wear will smell of oil. I don't want to go with a figure heated by the heat of the oil. Should I fry it or not? I hesitated and stopped. 

 I learned shrimp tempura from my father. When my father studied abroad in Japan, he worked part-time at a hotel. He started as a dishwasher, made food, and then catered, so he was able to pay attention to the food tastes of Americans. 

 During the Korean War, he evacuated to Haeundae and made fried shrimp and french fries next to the American Army base and sold them to G.I. They ate and gave him PX goods instead of money, My father sold them to the international market. He made a lot of money and he bought a house in Haeundae. 

 When he came back to Seoul, he opened a western cuisine restaurant in Myeong-dong and made so much money that he didn't even notice one of the money sacks was missing. However, as cholera spread, He said that the restaurant was closed because the U.S. military, who was the main customer, was blocked from going out. 

 It reminds me of a scene I used to cook with my father when I was young. After trimming, washed the discarded vegetables and made vegetable soup. While making ketchup and mayonnaise, he told me to stir-fry the flour. When the flour turns light brown, he adds the orange powder as if taking it out of a magic jar and want me to stir-fry it until a darker color appeared. He made curry powder. 

 He bought fresh shrimp at Namdaemun Market and peeled it off, leaving only the tail skin. Insert a toothpick into the edge of the middle back of the shrimp, and pull it upwards, and the shit will come out. If cut the shrimp back in half, it will only be the size of my palm. He said that temperature control is important because the shrimp shrinks when the temperature drops when frying shrimp. 

 At the beginning of our marriage, when they lived in a warehouse in Grand Street, Manhattan, my father looked around Chinatown and bought shrimp and said, 
"Call all your friends. Let them eat as much as they want. Vegetable soup with salad and fried shrimp is the best." 

 Dear friend, I'm sorry that I've only been making not delicious food. I'll really make fried shrimp this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