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살면서 남편과 불화가 있을 때마다 차 문을 열고 내려 가 버릴까? 아니면 집 문을 열고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상상했을 만큼 인상에 남은 영화다. 문이라는 것이 종잇장의 앞 뒷면처럼 붙은 듯하나 아주 먼 이별의 시작점이다.
펜실베니아주 안에 200개가 넘는 커버드 브리지(covered bridge) 중 뉴욕시에서 가장 가까운 세 곳을 찾아서 아침 일찍 떠났다. 트레픽과 도로 공사로 Knox Covered Bridge와 Van Sant Covered Bridge만 보기에도 시간이 촉박했다.
'졸졸 흐르는 작은 냇물 위에 지붕을 갖은 소박한 낡은 다리가 있겠지?' 기대 없이 떠났는데 다리 가까이 다가갈수록 차창 밖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돌로 지어진 집들이 이어졌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과거로 들어가는 듯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에 말과 양들이 햇볕을 즐겼다. 볏짚 단이 듬성듬성 있는 언덕은 기대어 잠들고 싶은 아늑함으로 뭉게구름 아래서 조는 듯했다. 단풍 든 나무들은 서로 기대어 속삭이며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잎을 떨궜다. 저항이나 부딪힘이 없는 아득한 평화만이 그곳에서 숨 쉬었다.
Knox 다리는 Valley Forge National Historical Park 안에 있다.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다리 안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걸었다. 차들은 내가 다리 밖으로 나올 때까지 친절하게도 기다려줬다. 언덕에 의자를 펼치고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며 점심을 먹었다. 꿀맛이다. 실컷 먹고 놀다가 의자를 접어 어깨에 메고 언덕을 내려왔다. 마치 밭을 열심히 일구고 집으로 향하는 농부인 양.
Van Sant 다리는 New Hope Bucks County에 있다. 다리 주위는 황량했지만, 놀랍게도 조금 운전해 가다 보니 지는 햇살 속에서 빛나는 오래된 마을이 펼쳐졌다. 그러고 보니 귀에 익은 벅스 카운티를 지나고 있었다. 내려서 거닐며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일찍 찾아드는 초겨울의 어둠이 집으로 재촉했다.
1825년에서 1875년 사이에 약 1만 4천 개의 커버드 브리지가 미국에 세워졌다고 한다. 오래되어 무너지거나 홍수에 휩쓸리거나 불에 타서 현재는 750개 남짓 남아 있다고 한다. 아마도 다리 주위 마을들도 그 당시에 형성된 역사가 깊은 곳일 것이다. 오래된 장소를 선호하며 여행하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에 썼다.
‘커버드 브리지를 찾아서 로드 트립 떠나 떠돌다 자연에 묻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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