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13, 2021

약발 떨어질 때까지

 “입가심으로 아이스 와인으로 한 잔씩 시작하다가 맥주나 와인으로 갈까?” 
“아. 나는 소맥으로 할 거야.” 
“그럼 아이스와인 다음 기네스 그리고 소맥하다가 와인으로 가자.” 
남자 두 명에 여자 셋이 모였다. 창밖에는 비 오고요. 벽난로에서는 불꽃 튀는 그야말로 술맛이 당기는 날이다. 

 “요즈음 왜 이리 우울한 사람들이 많은 거야. 주위에서 불쑥불쑥 머리를 내미네.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팬데믹이 길어져서 사람들이 지쳤나 봐. 선인장이 바늘 같은 가시를 내밀며 가까이하기를 꺼리듯 날카로워졌어. 언제나 정상으로 돌아갈까?” 
“예전으로는 돌아가기는 틀렸고 그냥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야지. 자기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가시 바늘 세워봤자 피곤만 하지.” 

 롱아일랜드 친구 집에서 아침 11시부터 시작한 술 푸념이 4시를 찍는다. 
"이젠 그만 마시자. 어두움이 깔리면 운전하기가 편치 않은데. 1시간 동안 술 깨고 5시에는 출발하지.” 
“난 운전하지 않으니까 더 마셔도 되지?” 
“항상 술잔을 제일 먼저 들고 끝까지 버티면서 집에 가기 싫어하는 우리 마누라 술버릇은 변함이 없군.” 
남편의 쓴소리에 와인잔 바닥에 남은 붉은 와인을 흡혈귀가 피를 빨듯 입에 털어 넣고는 무거운 다리를 세웠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에 빠졌다. 한밤중에 속이 뒤틀리고 머리가 뱅뱅 돌려고 한다. 또 술을 과하게 섞어 마셨구나! 예전에 비하면 반도 마시지 않았는데.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새벽에 곯아떨어졌다. 

 2주 후에는 매년 하는 건강 검진 약속이 잡혀있다. 
“이젠 그만 마시고 피 검사해야지. 2주만 술 끊어보자. 요즈음 들어 새벽녘에 갈증과 허기지는 게 좀 이상해.” 

 우리 부부는 한 해에 한 번 의사 만나 건강 검진하고 온 날부터는 평소와는 달리 좀 더 먹고 마신다. 그리고는 얼마간 지나서는 조심조심 먹고 마시다가 건강 검진하기 2주 전부터는 엄청나게 조심한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모든 것이 정상이고 남편은 당뇨와 콜레스테롤 초기 증상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한다. 

 금주를 시작하기 전쯤 속이 쓰릴 정도로 진하게 마셔줘야 금주 기간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 그래서 친구 집에 가서 한껏 마시고 온 것이다. 이것도 더 나이 들면 약발이 떨어지겠지만, 일단은 약발 들을 때까지만이라도 한 해에 이 주간은 금주다. 금주를 잘 버텨야 할 텐데 벌써 술 생각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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